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질환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및 안내를 철저히 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교통지원 등 입원환자의 투표에 필요한 편의를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인권위 조사결과, 일부 정신의료기관은 입원환자가 투표소에 가는 행위를 일반적인 외출로 간주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허락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권위는 의사 지시로 환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봤다. 법률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 영역은 통신 및 면회의 자유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투표를 허가하기 어렵다는 일부 정신의료기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부분 정신의료기관이 법원 출석, 외진과 관련한 외출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권이 이런 사유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정신의료기관이 입원환자에게 거소투표(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우편투표)를 유일한 투표방법으로 안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거소투표 사전신청 기간을 지나서 입원한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의견 표명은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질환자 A씨가 선거권이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며 지난 9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이후 진정인 A씨는 해당 정신의료기관을 퇴원해 진정을 취하했지만 인권위는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일부 정신의료 기관을 상대로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표명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를 비롯한 정신장애인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정당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