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임신부들 “매일 벼랑 끝”…병원 못 찾아 예정일도 미뤄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23일 13시 11분


일일확진자가 17만명으로 하루새 7만명이 폭증한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들이 분만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도 확진 임신부가 분만 병원 찾아 헤매다 구급차나 보건소에서 출산하는 등 관련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거점 전담병원 등에 마련된 확진 산모를 위한 음압 분만 병상을 82개에서 200개로 확대하고, 확진 산모의 신생아를 위한 격리실도 확충할 예정이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보건소를 통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산부인과 병동을 배치받아 입원하는 것이 정해진 절차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건소 응답이 늦어지는 등 여러 이유로 임신부들이 직접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당장 들어갈 병원을 찾지 못해 출산 예정일을 불가피하게 조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임신부 A씨는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자, 이달 말이었던 출산 예정일을 다음 달 초로 연기했다. A씨는 “출산을 위해 보건소에 병상 배정을 요청했는데 연락이 없어 스스로 병상을 찾고 있다”며 “음성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는데 진통이 올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상에서는 같은 상황에 처한 임신부들이 직접 병원들에 연락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도 있다.

당장 출산예정일이 가까워 격리된 임신부들은 ‘하루하루 벼랑 끝을 걷는 기분’이라고 호소한다. 격리 기간 동안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 병원들은 PCR 검사에 음성이 나와야만 분만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결국 일각에서는 “임신부도 고위험군인데 왜 혼자서 병상을 알아봐야 하는지 화가 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신부 코로나 확진 걱정 없이 출산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만삭 임신부로 하루하루 불안감에 지내고 있다. 확진되거나 밀접접촉자면 보건소 통해서 병원을 배정받아야 한다는데, 확진자 증가로 병상확보뿐만 아니라 보건소 연락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산 직전 확진이 아니어도 격리해제 이후 몇 개월 간 PCR 양성이 나올 수 있다는데, 음성이 아니면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는 분만이 안 된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임신한 게 후회스럽다.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임신부의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방역당국은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며 “백신 접종으로 인한 임신부의 유산·사산 위험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의 부작용과 돌파 감염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아 임신부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백신접종 대상 임신부 43만1441명 가운데 90.2%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백신 접종으로는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임신부의 경우 최대한 수분·영양 섭취와 안정을 통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다만 확진된 임신부가 비만이나 당뇨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고, 임신 중반기 이후일 때는 환자 동의 하에 먹는 치료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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