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조모 씨(61·서울 거주)는 보건소로부터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틀을 망설였다.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공공기관에선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들어서 알고 있는데, 보건소가 통장 사본을 요구하니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조 씨는 “전화번호를 검색하니 보건소가 맞아 계좌번호 등을 보내기는 했는데, 그 뒤에도 기분이 계속 개운치 않았다”고 했다.
서울 시내 일부 보건소가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물품지원비’를 지급하기 위해 확진자의 통장 사본 등 금융정보를 문자로 보내도록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에게 격리 시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을 지원하거나 물건 대신 물품지원비 10만 원을 지원해 왔다. 물품지원비 지급 시에는 보건소가 확진자와 일일이 전화 통화를 해 계좌번호 등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자 일부 보건소가 단체 문자로 일괄 안내 후 문자로 금융정보를 수집하는 식으로 물품지원비를 지급한 것이다.
정부기관이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정보를 수집하는 건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 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기 안산에선 피싱 사기범이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을 사칭해 수백만 원을 인출해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경찰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절대 문자나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홍보하는데 보건소가 문자로 금융정보를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보건소가 추후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삭제했는지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2일 동아일보 취재가 시작된 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25개 자치구 보건소를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보건소가) 확진자가 폭증한 올 2월부터 단체 문자 방식으로 정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시 물품지원비는 확진자 폭증 등으로 이달 16일까지 확진된 이들에게만 지원됐다. 17일 이후 확진된 이에게는 물품지원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신이 17일 이후 확진자인데 물품지원비를 주겠다며 금융정보를 요구받았다면 보건소를 사칭한 범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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