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동적인 행동이라도 현행법상 처벌 대상인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은평경찰서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벽보를 손으로 잡아 뜯은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을 현행범 체포했다. 이 남성은 당시 술에 취해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일에는 은평구 응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주택가에 붙은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외에도 서초구 방배동 한 건물 공사장에 붙어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고, 강북구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현수막에 불을 붙인 50대 남성이 현행범 체포됐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1일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대선 관련 총 542명을 수사해 16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가 420명(77.5%)으로 가장 많았고 벽보·현수막 훼손이 39명(7.2%)으로 뒤를 이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벽보·현수막 훼손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다. 공직선거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각에선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령 1번 후보자가 있으면 1번이 누군지 알아야 국민들은 그 사람을 선택할지 안 할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며 “지역의 모든 사람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민의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선거 벽보를 훼손한다는 것은 민의가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행동”이라며 “민의가 반영되지 않는 선거로는 결국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할 수 없고, 국민주권 원리의 방법적 기초인 선거제도에 왜곡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엄중하게 처벌 받아 마땅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벽보를 훼손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자 선거 벽보 10장을 9번에 걸쳐 훼손한 6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