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16년간 표류한 ‘창원∼김해 비음산터널’ 이번엔 뚫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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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민자 방식으로 터널 추진, “인구유출 우려” 창원시 반대로 무산
“국가재정 투입해 건설비 부담 없다” 경남도-김해시-밀양시와 의기투합
김해∼밀양 고속道 창원 연장 추진

창원터널로 연결되는 창원대로가 심각한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은 창원터널 회차로에서 바라본 모습.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창원터널로 연결되는 창원대로가 심각한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은 창원터널 회차로에서 바라본 모습.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23일 오후 5시 반경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를 연결하는 창원터널. 김해 방향 차량들이 창원대로에 갇힌 듯 정체됐다. 거북이걸음으로 겨우 1km 구간을 지나는 데 걸린 시간만 20여 분. 터널을 통과해도 움직일 기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출퇴근 때마다 짜증이 치솟지만 돌아갈 길도 없다”고 말했다. 창원터널은 극심한 정체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하루 통행량만 9만 대에 이른다. 설계통행량 5만7000대를 훨씬 초과한 것.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폭설이라도 내리면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3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대체 교통망인 불모산터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구·경제력 기준 경남 최대 도시 창원시(103만 명)와 제2의 도시 김해시(54만 명)는 동일 생활권으로 교통수요가 많지만 불모산과 비음산으로 막혀 있다. 두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도로는 불모산을 뚫어 만든 창원터널(무료), 불모산터널(유료·민자도로) 등 2곳에 불과하다.

유일한 통행량 분산 방안은 비음산에 터널을 개설하는 것이다. 이 터널은 2006년 대우건설이 민간투자 방식으로 처음 제안했다. 민자 1146억 원을 들여 비음산을 관통해 김해시 진례면과 창원시 사파동을 잇는 터널 구간 3.2km와 접속도로 등 6km를 개설하겠다는 것.

그러나 창원시가 반대했다. 창원시는 1994년 창원터널 개통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출퇴근이 가능한 김해시 장유·율하동으로 인구를 대거 빼앗긴 바 있다. 창원시 반대로 이 사업은 추진력을 얻지 못한 채 16년째 답보상태였다.

최근 비음산터널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 김해시, 밀양시가 최근 김해∼밀양 고속도로(18.8km)를 창원까지 연장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고속도로 연장안을 수용하면 연장 구간이 비음산을 지나야 해 비음산터널 개설과 같은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주요 교통물류 거점인 창원국가산단, 부산신항과 앞으로 들어설 진해신항, 가덕도 신공항 등으로 향하는 교통수요를 감안하고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의 차량 접근성을 높이려면 김해∼밀양 고속도로를 창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음산터널 개설로 입장을 선회한 창원시는 “비음산터널 개설이 고속도로 사업이 되면 국가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건설비 부담이 없어진다”며 “창원 시내에서 비음산터널∼고속도로 요금소까지 무료 구간으로 설정되면 창원 시민의 교통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김해∼밀양 고속도로 18.8km를 2025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1조241억 원을 들여 대구부산고속도로 남밀양 나들목에서 남해고속도로 진례 나들목을 잇는 구간으로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와의 연계 등이 이뤄진다.

#창원∼김해 비음산터널#16년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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