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올해 초 샤넬과 루이비통이 10∼25% 올린 데 이어 구찌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에르메스가 2회, 샤넬이 4회, 루이비통은 5회 인상했습니다. 샤넬의 인기 가방 품목인 ‘클래식백’ 라인은 모두 1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5%였던 데 비하면 인상 폭이 무척 큽니다. 한국의 샤넬백 가격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프랑스 스위스 일본 홍콩보다도 훨씬 비쌉니다.
잦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명품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소비 규모는 142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시장 규모입니다.
샤넬은 국내에서 줄곧 콧대 높은 가격 정책을 펴 왔습니다. 2020년 한국의 샤넬 제품 가격 인상률은 28%로 조사 대상 15개국 평균(17%)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사전 예약 판매를 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을 하고 있습니다.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은 고전 경제학의 수요 법칙을 벗어납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상류층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소비한다는 겁니다. 안 팔리던 모피코트 가격표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바로 팔리더라는 우스갯소리는 베블런 효과를 잘 말해줍니다.
샤넬의 창립자는 ‘코코 샤넬’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가브리엘 샤넬(1883∼1971)입니다. 그녀는 프랑스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2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동생들과 함께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샤넬은 그곳에서 직업 교육으로 바느질을 배웠는데, 이때 배운 기술이 훗날 패션 사업을 펼치는 발판이 됐습니다. 보육원을 나온 샤넬은 의상실 보조 재봉사로 일하다 생계를 위해 밤무대 가수로도 활동했습니다. 당시 부른 노래 ‘코코리코’에서 코코를 따와 코코 샤넬이라는 애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1910년 파리에서 샤넬 모드라는 모자 가게로 시작한 샤넬은 의상으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실용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녀는 생전에 “명품은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비싼 가격을 내고도 오픈런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배짱과 불친절로 대한다면 샤넬이 추구했던 럭셔리의 품격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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