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이 사는 가족이더라도 ‘자가격리’ 의무가 사라진다. 최근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의료인력이 확진자 관리에 역량을 다 소진하고 있어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의 동거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30% 후반에서 40%에 달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확산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확진자의 동거가족 수동감시 전환’을 밝혔다.
이전까지 확진자의 동거가족은 접종완료자라면 자가격리 대신 수동감시 형태를 취했고, 미접종자는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지만, 오는 3월1일부터는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10일간 수동감시 형태로 전환된다.
현재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지자체와 보건소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확진자 발생이 하루 17만명 선까지 급증하면서 보건소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 1명당 관리가 필요한 최소 인원이 2.1명이다. 하루 5만명이 확진돼도 10만명을 관리해야 하는 꼴이다
이에 관리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동거가족은 행정 인력을 동원해 직접 관리하기 보다는 ‘권고형’ 격리를 통해 자율적인 관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관리 체계 전환에 대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봤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의 위험성 보다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늘어나서 생기는 사회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진자 증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확진자와 같이 식사하고 생활하던 동거가족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지난 1월 오미크론 유행 초기 당시 정부는 확진자의 가족이 재감염될 확률을 40% 정도로 봤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연구는 없었지만, 오미크론이 우세종화 된 점 등을 고려하면 30% 후반에서 40% 정도의 재감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잠복기간이 짧고 무증상·경증인 사례도 많아 확진자로부터 재감염된 동거가족이 자신의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사회생활을 하면서 추가로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률이 비교적 낮다고 하지만, 모수인 확진자 규모가 커지고 정부의 의료 역량을 벗어나는 수준까지 발생하면 위중증·사망 발생도 증가가 가능하다.
정 교수는 “위중증 증가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있다. 정책적 결정이 ‘방역상 피해는 어느정도 감수하자’겠지만 변화는 점진적으로 유행 정점 이후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조금 빠르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소 인력 핑계를 대는데, 인력을 늘려서라도 감염이 커지지 않게 해야 한다. 자율과 책임이라고 하지만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재택치료 중에 사망하는 분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고도 안심하라고 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격리를 완화한만큼 검사 만큼은 의무화해서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동거가족을 격리하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신속항원검사를 의무적으로 해 중간에 확산하는 것을 차단해줘야 한다”며 “안전장치는 최소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전파 우려에 대해 “확진자 관리 중심으로 방향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사회 추가적인 전파는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권고사항·주의사항·행동수칙을 정확히 적시해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드리는 방식으로 숨은 감염자 규모를 줄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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