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27일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전쟁 반대 집회가 열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일째인 27일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200여 명은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모여 “전쟁을 멈춰달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었고 “우크라이나를 도와달라”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 탱크 및 대포로 공격을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한 러시아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우크라이나인 카터이나 탄친 씨(47, Kateryna Tanchyn)는 “오빠가 전쟁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며 “오빠가 전쟁에 나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가족들에게 ‘괜찮냐’고 묻는 것조차 망설여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인 유학생 에빌린 씨(29, Evelyn)는 가족들과 친구들 생각에 매일 뉴스를 보면서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지하에 숨어지내는 데, 음식도 바닥나고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라며 “비행기도 못 타는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며 전쟁에 나갈 준비를 하고 계시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날인 26일 국내에 사는 80여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 모여 함께 기도회를 열었다. 카리나 칼포바 씨(30, Karina Karpova)는 기도회 중간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카리나 씨는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총 소리가 들리고 있어 지하에 피신해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기도회를 통해 전 세계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고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의 안전을 기도했으며 일부는 비통해하거나 오열했다. 이들은 손을 잡으며 ‘괜찮다’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마치고 국기와 팻말 등을 들고 성당 앞에 모였다. 한국에 입국한지 1주일이 됐다는 우크라이나 여성 엘레나 바들리욱 씨(27, Elena Badliuk)는 “나는 한국에 안전하게 있는데 가족은 전쟁을 겪고 있다”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차라리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기력하다”며 한숨을 지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가인 벨라루스에서 온 나틸라 이바니우코비치 씨(39, Natillia Ivaniukovich)는 기도회 내내 전쟁에 참여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나틸라 씨는 “수 없이 많은 가족들과 친구들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살고 있다. 친구 중 한 명이 러시아 군에 둘러싸여있다고 들어 계속 눈물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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