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10억이상 보상 제외 반발
정부 “방역위반 법적조치 계획”
25일 오후 10시 반.
영업 제한 시간(오후 10시)을 훌쩍 넘겼음에도 서울 종로구 횟집에는 손님들이 북적였다. 20여 개 남짓한 테이블은 80%가량 차 있었다. 이날은 횟집이 심야 영업을 강행한 첫날. 주인 양승민 씨(37)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열심히 지켰지만 정부에서 손실보상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영업을 강행했다”고 했다.
손실보상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자영업자가 정부 방역지침을 어기고 가게를 운영하는 ‘영업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법적인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지만 반발 움직임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당이나 숙박업소의 경우 연매출 10억 원 이하여야 정부의 손실보상 대상이 된다. 횟집 주인 양 씨의 경우 법인을 통해 10여 개 식당을 운영 중인데, 식당 매출을 합산한 법인 매출이 연 10억 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손실보상 등 정부 지원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양 씨는 “정부 방역 지침 때문에 장기간 적자를 보고 있는데, 보상을 못 받은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양 씨는 25일부터 코로나19 이전 영업을 하던 대로 오전 11시에 가게 문을 열어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영업하고 있다. 26일 저녁 이 횟집을 찾은 직장인 김모 씨(23)는 “영업 시위를 한다는 얘길 듣고 찾았다”며 “자영업자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 충분히 이해된다”고 했다.
동료 자영업자들도 양 씨가 장사를 마칠 때까지 가게 안에서 자리를 지키며 술잔을 기울였다. 매장에 응원 전화를 걸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이도 적잖았다.
일부 자영업자는 양 씨 뒤를 이어 릴레이 시위에 나설 방침이다. 뷔페를 운영하는 홍성훈 씨(45·경기 김포시)는 “동참 의사를 밝힌 자영업자만 7, 8명 정도”라며 “조만간 순서를 정해 심야 영업 시위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한국자영업중기연합회장은 “4분기 손실보상 지급 기준에 반발하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영업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제한 시간을 넘겨 운영하는 가게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영업시간을 넘겨 가게를 운영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종로구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위반한 첫날 양 씨 횟집을 찾아가 제한 시간을 지켜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조만간 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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