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부터 도입 4개월 만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중단했지만 유행의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해진 조치라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특히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결정이 불가피했지만 대체로 방역패스 중단 후 확진자 증가는 물론이고 그에 따른 사망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역 당국은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50인 이상 모임·집회·행사 방역패스, 4월1일 시행 예정이었던 청소년방역패스도 잠정 중단했다. 예방접종률이 높아서 실효성이 떨어진 반면, 음성확인서 등을 발부하느라 인력 낭비가 심했고 방역패스로 인한 법정 소송이 끊이지 않아 사회 갈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잠정 조치일 뿐”이라며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전국민 대규모 예방접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재개 또는 조정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이 가능성이 적어 방역패스는 폐지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대체로 델타 변이 이상의 강한 코로나19 변이는 나타나기 힘들고 오미크론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풍토병(계절독감화)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감염 위험 높은 ‘미접종자 불이익’ 모두 없어져
이번 결정으로 이제 마스크 착용이나 사적모임 6명 인원제한, 오후 10시 영업제한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규제가 사라졌다. 확진자의 미접종자 동거인도 격리의무가 사라져 사실상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은 모두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은 여전히 커서 과연 이래도 될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2월 19일까지 최근 8주간 만 12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의 11.6%, 위중증 환자의 59.6%, 사망자의 60.2%가 미접종자(1차접종 완료자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기준 2차 접종까지 마친 12세 이상 비중은 94.2%다. 접종 한계까지 올렸다고는 하지만 당국이 추산한 미접종자 규모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포함해 858만명, 18세 이상 성인은 332만명, 12세 이상 기준으로는 425만명으로, 여전히 많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정점 시점은 3월초~중순, 규모는 18만~35만명까지로, 유행은 아직 정점을 찍고 내려오지 못했다. 대선일인 오는 9일은 하루 확진자는 23만명 이상 발생하고 중환자는 12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역 당국은 최근 일련의 정책 변화에 대해 확진자 증가는 용인하되 위중증 환자 중심 대응이나 치명률 방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 “‘선택과 집중’ 악순환 생길 수도”…“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뉴스1에 “최근 방역패스의 부작용이 더 많아 정부 결정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면서 “음성확인서를 얻겠다고 보건소에 가서 줄서 있느라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진다. 보건소도 확진자 관리보다 이것을 발부하느라 인력 낭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거리두기나 격리 면제 등으로 미접종자가 감염될 위험은 커진 상황에서 차라리 방역패스 수요를 줄여 그 역량을 다른 곳에 집중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러면서도 영국은 항체보유율이 95% 이상이었지만 우리는 아니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확진자 폭증이 위중증과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백 교수는 ‘선택과 집중’도 좋지만 정부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방역 정책을 완화해 확진자가 늘어나면 의료 역량이 감당못하게 되고, 위기감을 느껴 다시 선택과 집중이란 이름으로 완화를 하는데, 그것 때문에 확진자가 또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 법원이 방역패스를 중지하라고 한 것은 식당과 카페이지 11종 시설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부는 방역패스를 전부 중단해버렸다”면서 “식당과 카페같은 곳, 음주·가무가 이뤄지는 곳은 위험도가 높아 확진자는 당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17만명대의 사망자는 약 2~3주 후에 집계된다”며 “가뜩이나 사망자는 증가 추세인데, 지난달 19일에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 오늘부터 방역패스 폐지와 확진자 동거인의 의무 격리가 없어지는 것이 추가로 사망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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