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방역 상황이 훨씬 위험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신규 확진자가 최대 35만명까지 예측됐으나, 정부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중단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방역 고삐를 풀었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면 일일 최대 확진자 규모가 3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일주일 전 예측치 27만명에서 8만명가량 증가한 규모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 규모도 현재보다 비례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발생 확진자는 13만8935명으로 지난주 평일 16만~17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것보다 3만~4만명 적지만, 이틀째 13만명대를 지속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위중증 환자는 727명으로 전날 715명보다 12명 증가했고, 일일 사망자는 112명 발생했다. 지난 일주일간 누적 사망자는 662명으로 하루 평균 94.6명이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은 다른 변이 대비 다소 낮은 편이나, 확진자 규모 자체가 많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이 확진자 발생 2~3주일 후 영향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4~5월까지 위중증 환자, 사망자 관리가 필요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유행 정점 시기는 3월 초부터 중순까지 폭넓게 예측됐으며 유행 규모 또한 18만명대에서 35만명대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됐다”며 “3월 9일 신규 확진자는 23만명 이상, 중환자는 12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당국은 이날부터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50인 이상 모임·집회·행사 방역패스, 4월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잠정 중단했다. 예방접종률이 높아서 방역패스 실효성이 떨어진 데다 방역 효율 저하, 법적 소송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9일 대규모 인원 밀집이 예상되는 대통령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방역을 완화해 유행 확산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했다는 비판이 많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한정된 보건소 자원을 고위험군 검사와 확진자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역정책 방향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점이다. 당국은 4일 전만 해도 방역패스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확진자 발생을 일정 수준 억제해야 의료체계 내에서 위중증·사망자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방역패스를 통한 사전 억제보다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지만, 위중증 발생 규모가 당국이 예상한 1200명 수준보다 더 증가할 경우 집중 관리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법원에서 방역패스를 중지하라고 한 것은 식당과 카페 등 11종 시설 전부가 아니었는데 정부는 방역패스를 전부 중단했다”면서 “확진자는 당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방역패스 폐지와 확진자 동거인 의무격리 해제 등 완화된 방역 정책이 가뜩이나 증가세인 사망자 발생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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