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38)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카운터 옆에 놓여 있던 전자출입명부 인식용 기기를 다른 장소로 치웠다. 이 씨가 기계를 치우자 한 어르신이 다가와 “이제부터 QR체크인을 안해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방역패스 때문에 손님들과 실랑이를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그럴 때마다 손님을 돌려보내기 힘들었는데 (방역패스가) 없어져서 잘됐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 유흥시설 등 11개 업종에 적용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자영업자들과 백신 미접종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동아일보가 돌아본 서울 곳곳의 식당·카페 10여 곳 가운데 8곳은 전자출입명부 인식용 기기를 치워둔 상태였다. 아직 기기를 치우지 않은 2곳 중 1곳의 기기는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였고, 다른 1곳은 이날 오후 중에 기기를 치울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신모 씨(47)는 “(QR체크인용)기계를 출입문 옆에 놔둔 터라 손님이 오실 때마다 문쪽으로 가서 확인하고 ‘QR체크인을 해달라’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 편하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50)도 “어제부로 출입문 앞에 붙여 뒀던 방역패스 안내문과 카운터에 올려두었던 QR체크인용 기기도 다 치워버렸다”며 “그동안 QR체크인 때문에 손님들과 실랑이가 잦았는데 이제 손님들한테 욕은 덜 얻어먹을 것 같아 안심이다”라고 했다.
그동안 방역패스로 인해 식당과 카페에 출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미접종자들도 정부 방침을 환영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A 씨(32)는 “얀센 백신을 비교적 일찍 접종하고 몸이 심각하게 안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추가 접종을 최대한 미뤄왔다”며 “접종완료 유효기간이 끝난 뒤부터 식당은 물론 카페도 제대로 못 가고 지냈는데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강모 씨(28)도 “2차 접종을 한 뒤에 협심증이 와서 일주일정도 고생했다”며 “그 뒤로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3차 접종을 미뤄왔는데, 마침 방역패스도 없어졌으니 더는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모 씨(30)도 “2차 접종을 하고도 돌파감염이 되는 경우가 많아 3차 접종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왔다”며 “굳이 3차 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방역패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니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60)는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긴 하지만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며 “방역패스가 없어지고 미접종자들이 막 돌아다니면 지금포다 더 감염이 확산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크다”고 했다. 최근 3차 접종을 마친 서모 씨(30)도 “방역패스가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고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3차 접종을 서둘렀다”며 “그동안 방역패스가 미접종자들의 추가 접종을 독려하는 촉진제였는데 사라져 오히려 불안하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등 타 변이에 비해 재감염율이 월등히 높아 백신 예방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접종 독려 목적의 방역패스는 효용성이 사라졌다. 백신 추가접종 기피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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