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20만명 안팎으로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검사 수요가 늘어난 탓에 대기 줄도 길어 검사를 제때 받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검사 대기의 불편함을 이유로 증상이 있더라도 검사를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3일 코로나19에 확진된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과정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받아 보건소로 향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 일반 병원 선별검사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이씨는 병원 검사소에서도 2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추운 날씨에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검사를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검사를 안 받으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대비해 고위험군 또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PCR검사를 실시하고, 일반 대상군은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검사 체계를 전환했다. 검사 수요 폭증을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PCR검사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PCR검사 건수는 총 106만2446건으로 검사 역량인 85만건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정부는 검사 역량 초과로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에 따라 검사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시간 소요가 늘어났다.
검사 역량이 초과하기 전에는 검사 결과 확인까지 8~1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18시간이 걸리고 있다. 여기에 보건소 업무도 가중되면서 결과 통보에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검사 후 다음날이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틀 가까이 걸리는 것이다.
문제는 검사를 회피하는 인구가 늘어나면 유행 확산에는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방역 정책은 증상이 있는 사람을 검사하고, 확진되면 격리 조치를 통해 유행을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확진자가 검사를 않고 돌아다니면 지역사회로 확산을 일으킬 수 있다.
검사를 회피하는 사람은 무증상 또는 경증이어서 큰 피해를 겪지 않을 수 있지만, 가정 내 고령층인 부모님 또는 지역사회 내 기저질환자 등이 감염될 경우 중증·사망으로 이환될 가능성도 크다.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확진자 규모 자체가 커지면 결국 위중증·사망 증가도 불가피하다.
최근 확진자 발생이 연일 10~20만명대로 올라서면서 위중증 환자는 2월초 200명선에서 3월 들어 700명선으로 올라섰다. 사망자는 연일 100명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이날 128명으로 역대 최다 사망자를 기록했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검사를 회피하게 되면) 유행이 점점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게 된다. 통계에 나오지 않는 확진자수가 굉장히 많아져서 누구에게나 옮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며 “아무리 위중증률이 낮다고 해도 유행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사망 숫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PCR검사 대신 확진 판정에 사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일 브리핑에서 “검사의 확진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의 양성 예측도도 상당히 올라가고 있어 PCR검사를 대체하자는 현장의 의견도 계속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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