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가 지난 2일 일제히 개학한 가운데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둘러싼 논란이 4일 여전하다.
앞서 교육부는 학생에게 3월 첫째주 분량 신속항원검사 키트 606만개를 지급하고 등교 전 집에서 선제적으로 검사하도록 권고했다.
교육부는 배부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한 선제검사가 강제가 아닌 권고라는 입장이지만, 학교나 학부모들은 이를 사실상 강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일례로 초등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학교에서 개학 전에는 선제검사를 권고한다고 안내하다가, 어제는 키트로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자가진단 앱에 입력하라고 문자가 왔다”며 “필수는 아니라고 했지만 막상 학교에서 이렇게 문자가 오니 안 하기가 그렇더라”라고 토로했다.
자가진단 앱에 ‘검사하지 않음’을 입력했을 때 아이가 차별을 받거나 더 나아가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 역시 “학부모들로부터 선제검사를 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전날(3일) 선제검사가 권고사항임을 재확인하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라디오에서 선제검사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불안감은 이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통한 자가검사의 정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실제 신속항원검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3일) 오후 2시 기준 신속항원검사 키트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학생은 모두 4546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과정에서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이지 키트가 우수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게 아니다”라며 “키트의 위양성률이 20% 이상이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4분의 1은 가짜 양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등교수업을 하는 현재로선 교육부가 권고하는 대로 등교 전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는 것이 불가피한 고육책이라는 입장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선제검사가 그래도 학교 내 유입을 어느정도 차단하는데 의미가 있고 또 학교 내 유행 속도를 조절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 도움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전면등교라는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주2회 선제검사를 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게 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최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 교수는 “원칙적으로 권고나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도 “등교를 하는 등 방역을 완화시킨 이상 유행은 막을 수 없다”며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등교를 중단하고, 근처 호흡기 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개인방역 준수를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 유·초·중·고교 코로나19 학생 확진자 수는 6214명이다. 전날(3일) 역대 최다 수치인 6240명에 이어 이틀 연속 6000명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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