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2~3년 전부터 흉작으로 힘든데 이제는 꿀벌들이 사라졌네요…빈 벌통을 바라보니 마음이 착잡해서 힘드네요.”
제주에 이어 전북에서도 꿀벌이 사라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양봉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순창군 동계면에서 20여년 째 양봉업을 하는 이해용(64)씨.
이씨는 최근 월동하는 꿀벌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벌통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꿀벌 일부가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의 농가에 있는 벌통 200군(개) 중 20군 정도가 모두 빈 통으로 발견됐다.
개화기를 앞두고 한창 양봉 준비에 나서야 할 시기에 키우던 벌들이 사라진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벌들도 수세가 약해 꿀 채취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최근 2~3년 전부터 많은 비와 냉해 등 이상기후로 인해 벌은 물론 꽃 상태도 좋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벌 크는 속도도 느리고 개체 수도 잘 늘어나지 않아 흉작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이제는 벌까지 사라져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정은 도내 꿀벌 사육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양봉협회 전북지회가 꿀벌 실종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도내 양봉 농가 2200여 가구에서 8만~9만 군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44년째 양봉을 하고 있다는 양봉협회 전북지회장 김종화(63)씨는 “650~700군 정도를 키우는데 300군에서 벌들이 사라져 막대한 피해를 봤다”면서 “재작년부터 이유 없이 꿀벌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꿀 채취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양봉 농가 피해로만 보면 안된다”면서 “지구에 벌이 사라지면 3년 뒤 인간도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벌이 모든 농작물의 생장에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벌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농촌진흥청은 꿀벌 실종 미스터리가 아닌 이상기후와 약제 내성에 따른 과다 사용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농촌진흥청 관계는 “지난해 9~10월 전국적으로 기온이 떨어져 추운 날씨를 보이면서 11월부터 벌들이 월동에 들어갔다”면서 “그런데 11~12월 중순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봄꽃이 개화하면서 벌들이 벌통 밖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일벌들이 꿀 채취를 위해 벌통 밖으로 나갔는데 막상 활동하기에는 기온이 낮아 동사하거나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밖에 나가다 보니 벌통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면서 “결국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매일 벌이 계속 빠져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여름철 전국에서 꿀벌응애(기생충)가 기승을 부렸는데 당시 약제 내성으로 제대로 된 방제가 이뤄지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친환경 약제에 대한 기술을 확립·보급해서 올겨울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후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는 기후 변화에 따른 벌 농가들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해진 시기”라면서 “내 벌통에서 일어나는 온도 변화, 습도, 증가량 등을 잘 확인할 수 있도록 온도 조절 장치와 친환경 약제 등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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