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루게릭 환자도 투표소로…“사회적 약자 위한 한표”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9일 11시 21분


제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9일 오전 6시에 시작된 가운데 시각장애인, 루게릭 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제3투표소 중부기술교육원에는 아침 일찍부터 투표하러 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께 시각장애인 여성 A(30)씨는 안내견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했다. 해당 투표소는 계단을 내려가야 입장할 수 있어 A씨는 안내견과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A씨는 “국민들에게 진정한 힘이 되고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줄 수 있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은 투표할 때 점자 보조용구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번에 처음 사용하게 됐다. 이제까지 3번의 투표를 하는 동안 비밀투표가 안 지켜졌는데 이번에는 지켜져서 좋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끝으로 “투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걱정 없이 와서 투표하고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모(62)씨도 아내 이모(60)씨와 함께 오전 8시40분께 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온 박씨는 루게릭병의 진행으로 눈을 깜빡이는 정도의 의사표시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투표소를 방문했다.

아내 이씨는 “사표가 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찍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오늘 투표할 때 참관인들이 남편이 의사표명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제가 대신 투표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남편에게 “여보 투표하러 꼭 와야 됩니까? 안 와야 됩니까?”라고 묻자 박씨는 수차례 눈을 깜빡이며 동의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씨는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불편함이 없이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새 대통령은 루게릭병을 노인성 질환으로 법에 추가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저는 제가 젊으니 남편을 옆에서 챙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많은 부분에서 소외되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애 마지막 투표를 했다며 소감을 밝힌 1932년생 노인도 있었다.

중절모를 쓰고 회색 코트를 입은 채 투표소를 찾은 강모(91)씨는 “1932년생이다. 생애 마지막 투표다”며 소감을 전했다.

거동이 불편한 강씨는 계단을 이용할 때 아내와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강씨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아주 아주 힘들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헌법 정신을 잘 지키고 정직하게 나라를 위해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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