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무모한 ‘치킨게임’ 시작한 푸틴과 바이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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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이 극한으로 치닫던 1960년대 초, 옛 소련은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했습니다. 1962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쿠바 인근 해안을 봉쇄하며 전쟁 불사의 의지로 맞섰습니다. 다행히 옛 소련은 핵전쟁 발발 직전에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했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극한 대결을 ‘치킨 게임(chicken game)’에 비유합니다. 도로 양쪽 끝에서 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다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는 게임입니다. 먼저 핸들을 꺾은 자는 ‘겁쟁이’로 취급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과 러시아는 또다시 위험천만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지만 이 사태 해결의 열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0)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0)이 쥐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포함됐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을 위한 외국 기업의 투자에 미국인 자금 투입도 금지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라며 에너지 수입 금지로 인해 미국 역시 유가 상승 등 비용을 치를 각오를 밝혔습니다.

바이든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 정부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와 가스 수입 금지를 통해 러시아의 외화 확보 루트를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맞불을 놓으며 맞섰습니다. 그는 바이든의 발표가 나오자 곧장 특정 제품과 원료의 해외 반출 및 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에너지, 곡물, 원자재 등의 세계적 수출국 러시아의 금수 조치가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세계 각국의 주가는 폭락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며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으로 인한 국가 부도)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가뜩이나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일간 5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기업들이 생산비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다시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푸틴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푸틴이 승리에 집착해 어떤 무리수를 둘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바이든과 푸틴, 적어도 어느 한쪽이 핸들을 꺾지 않으면 파국을 면하기 어려운 치킨 게임이 아슬아슬합니다.

#바이든#푸틴#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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