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 첫 대장동 공판… ‘핵심 증인’ 김민걸 출석[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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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민걸 회계사
김민걸 회계사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답변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민걸 회계사는 “증인이 사업 내용에 대해서 직접 설명했으면서도 몰랐다는 취지로만 답변하는데 내용 확인도 안 하고 설명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는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 한동안 침묵하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회계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추천으로 2014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검찰의 질문이 나온 배경은 이렇습니다. 공사는 2015년 1월 26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신규 투자사업추진계획안’을 논의해 의결했습니다. 당시 김 회계사는 투자심의위 간사로 투자 및 수익 방안을 위원들에게 설명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2월 13일 최종 공고된 공모지침서에는 이와 달리 공사가 ‘확정이익’만 가져가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정에서 당시 투자심의위 회의록을 제시받은 김 회계사는 공사가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는 의미로 말을 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회계사는 “일반적인 사업 수익 배분 방법대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다”며 “갑작스러운 질문이었고 떠오른 생각이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답변했다”고 했습니다.

9일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7일과 11일 각각 열린 12, 13차 공판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이모 씨와 김 회계사가 출석했습니다. 7일 시작된 이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11일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고, 김 회계사에 대해선 이날 2시간 30분가량 검찰 측 주신문만 진행됐습니다.
● 김민걸 “투자심의위 참석 때 확정이익 방안 몰랐다”
이날 김 회계사는 공사가 확정이익만 가져가는 방안을 담은 공모지침서 초안을 1월 28일 정 변호사에게 이메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그 이전에 공모지침서 초안 출력본을 가져온 정 변호사에게 “공사가 1800억 정도를 확정 이익으로 가져가는 방안”을 보고받았다고 했습니다. 다만 26일 투자심의위가 열리기 전에 공모지침서를 보거나 보고받은 적은 없을 거라고 증언했습니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설명을 했던 건 아니라는 겁니다.

김 회계사는 자신이 투자심의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숙지하고 들어간 자료는 공모지침서가 아닌 대장동 사업 타당성 검토 보고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모지침서 초안과 사업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모두 공사의 용역을 받은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서 작성한 자료입니다. 김 회계사는 검찰이 “한국경제조사연구원 직원들은 용역결과보고서를 2015년 1월 22일 증인에게 보낼 때 공모지침서도 함께 보낸 걸로 기억한다는데 증인은 그 때 공모지침서는 못 봤다는 취지냐”고 묻자 “그 이후에 본 걸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 따르면 김 회계사는 투자심의위가 열린 다음 날인 2015년 1월 27일에도 공사 이사회에서 투자심의위에서 설명한 것과 동일한 안건을 이사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김 회계사에게 당시 회의록을 제시한 검찰은 마찬가지로 당시 김 회계사가 사업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서만으로는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나 마치 공모지침서 내용을 알고 말한 듯한 부분들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배경을 물었습니다. 김 회계사가 당황한 듯 답변 사이사이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대답을 하시면 된다”고 추궁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김 회계사는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27일 이사회에는 공모지침서 내용을 알고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임기응변으로 답변했을 수 있다면서 대체로 자신이 왜 검찰이 지적한 그런 설명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재판부가 직접 “이사회 회의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 이사들에게 결정의 근거가 되는 정보를 주는 것인데, 잘 모르는 내용을 넘어가듯이 답변을 해도 되는 것이냐”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 구체적 증언 나와
정민용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7일 진행된 12차 공판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씨는 2015년 5월 대장동 사업협약 체결 준비 과정에서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경위와 관련해 “정 변호사(당시 전략사업실 팀장)가 수정을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내놨습니다. 당시 이 씨는 사업협약 담당 부서인 개발사업1팀(당시 팀장 김문기) 소속 파트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29분경 개발사업1팀은 전략사업실과 경영지원팀에 ‘사업협약 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보낸 공문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전에 개발사업1팀은 같은 날 오후 5시 31분경 ‘사업협약 재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을 다시 발송했습니다. 그 사이 수정안에 포함됐던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상회해 생기는 추가이익금은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재수정안에서 빠졌습니다.

이 씨는 “전략사업실에 공문(수정안)을 보내고 나서 정 변호사가 갑자기 사무실을 찾아와 (수정안을) 재수정해서 전달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의 구체적 지시는 정 변호사와 직접 협의한 김문기 팀장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씨는 “어떤 부분을 수정하라고 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확히 어떤 부분이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첫 번째 문서(수정안)와 두 번째 문서(재수정안)에서 차이가 나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씨는 검찰이 지난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협상의 주요 쟁점 및 검토사항’ 문건 역시 자신이 일부 작성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수정안 발송 이전에 작성된 해당 문건은 평당 택지 분양가가 민간사업자 측이 제시한 1400만 원보다 높아지면 수익 배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고 “민간사업자가 지나친 이익을 받을 경우 책임과 비난은 공사가 비난해야 할 것임”등의 문구를 담았습니다.

이 씨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개발사업1팀 실무자들은 평당 택지 분양가가 향후 상승할 경우를 대비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고, 이 문건에 담긴 인식을 구체화해 수정안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는 과정에서는 실무자들의 의견 수렴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다시 빼자는) 논의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지시에 의해서 문구를 바꿔 제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략사업실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재수정안을 수신한 지 약 10분 만에 검토 결과를 회신했습니다. 한 달 뒤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사업 협약이 최종 체결됐습니다.

검찰은 정 변호사 등 피고인 5명 모두가 택지 분양가가 평당 1500만 원까지는 오를 거란 걸 알았음에도 예상 분양가를 1400만 원으로 낮춰 잡았고, 예상 분양가를 낮춰 잡아 발생하는 초과이익 배분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배임 행위의 공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의 시각대로라면 이 씨 등 실무자들의 건의는 정당한 문제제기였음에도 대장동 5인방에 의해 부당하게 묵살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 피고인측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공모지침서에 반해”
반면 피고인 측은 이 씨 등 개발사업1팀 직원들이 사업협약 수정안에 포함시킨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조항이었다는 주장을 유지했습니다. 사업협약 이전인 2015년 2월 작성 및 공고된 ‘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 답변서’에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답변서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해석을 둘러싸고 문제가 되면 가장 우선하는 기준이 되는 문서였습니다.

지난 재판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공모지침서 작성·공고 단계에서 이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분에 따른 분배가 아닌 확정이익만 받아가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봅니다. 또 공모지침서가 이렇게 작성된 건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성남시의 정책 방침에 따른 것이었단 입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공모지침서에 사업이익과 배분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해석해 사업협약 단계에서도 충분히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을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7일 반대신문에 나선 김만배 씨 측은 “사업협약서 수정안의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상회해 생기는 추가이익금은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초과이익 환수 조항)는 이에 반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어 “정 변호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공모지침서와 다르게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빌미를 준다고 판단해 사업협약 수정안의 추가이익 배분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의 법률적 리스크를 검토해야 할 정 변호사가 당연한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단 겁니다.

남욱 변호사 측은 재수정안 작성 하루 전인 2015년 5월 26일 민간사업자 측과 개발사업1팀 직원 등이 사업협약 내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전략사업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수정안을 제시한 점에 대해 따져 물었습니다. 남 변호사 측은 “결재도 안 받고 다른 부서 의견도 구하지 않고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측에 수정안을) 제시하고 전달했다”며 “개발사업1팀은 공모지침서를 무시하고 별도로 계약해도 상관없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또 “전략사업팀의 협의나 결재가 필요한 것이 맞느냐”,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공모지침서보다 훨씬 불이익한 협의가 있으면 협약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느냐”는 남 변호사 측 질문에 이 씨는 “맞다”고 답했습니다. 개발사업1팀 실무자들이 이미 확정, 공고된 공모지침서 내용에 반하는 ‘튀는 행동’을 한 것이고 정 변호사는 이를 수습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 정민용 측,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의견낸 것일뿐”
이에 대해 정 변호사 측도 “사업협약서 수정안과 재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이 전략사업팀에 보내진 건 말 그대로 의견을 구하는 차원”이라며 “의견을 낸다고 해도 결정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부서는 개발사업1팀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어떤 의견을 냈고 김문기 당시 개발사업1팀장 등과 어떤 협의를 거쳤든 결국 최종적으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기로 결정한 건 개발사업1팀이라는 취지입니다. 이 씨도 “정 변호사가 결재권자는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14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는 김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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