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1만명 가운데 올해에만 절반에 가까운 4519명이 숨지면서 기존 델타 변이보다 병독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전 세계적으로 낮은 초과사망률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이번 오미크론 확산세로 초과사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진료 확대와 먹는 치료제 처방으로 초과사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인 1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누적 1만144명을 기록했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환자 보고 2년 2개월여 만에 1만명을 넘었다.
그간 사망자 발생 추세를 보면 대유행을 겪을 때마다 사망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국내 첫 보고 이후 56일 후인 2020년 3월16일(102명) 누적 사망자 100명을 넘었다. 249일 후인 같은 해 11월20일(501명) 500명, 3차 유행 여파에 48일 후인 지난해 1월7일(1007명) 1000명을 각각 넘어섰다. 이어 350일 후인 지난해 12월23일(5015명)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고령 확진자 증가 영향에 누적 5000명을 넘었다.
누적 5000명 돌파 이후 79일이 지난 이달 12일 1만명을 초과했다. 첫 5000명 발생까지 703일이 걸린 반면 5000명에서 1만명까지 비슷한 규모로 사망자가 늘어나는데 불과 79일이 걸린 셈이다.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지난 2년과 올해 70여일간 사망자 발생 현황을 비교해보면 올해 사망 피해가 얼마나 크게 늘어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2020년 초부터 지난해 12월31일(올해 1월1일 0시)까지 5625명(55.5%), 1월1일부터 지난 12일 0시까지 4519명(44.5%)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지난해 12월1일 국내 첫 오미크론 환자 발생 이후 우세종화된 올해 70여일간 사망 피해가 급증한 셈이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나 델타 변이보다 치명률이 낮더라도 거센 확산세로 중증·사망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향후 1~2주간 유행 정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망 피해는 3~4주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초과사망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과사망은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나 감염에 따른 기저질환 악화로 숨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국 워싱턴대 코로나19 초과사망률팀이 랜싯(Lancet)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2년간 국내 초과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4명이다. 러시아(374.6명), 브라질(186.9명), 미국(179.3명), 영국(126.8명), 프랑스(124.2명), 독일(120.5명), 스웨덴(91.2명), 이스라엘(51.0명), 일본(44.1명)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연구진이 조사한 기간은 국내에서 유행 초기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알파·델타 변이가 유행하던 때다. 방역 당국의 검사-추적-치료로 이어지는 ‘3T 전략’이 낮은 초과사망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올해부터다. 지난 2년간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수에 맞먹는 피해가 올해 70여일 사이에 발생한데다 현 확산세를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초과사망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여름에 초과사망을 계산하면 지난 2년간의 계산치보다 더 높게 나올 것”이라며 “코로나뿐만 아니라 병상 부족 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비코로나 환자들까지 고려하면 전체 초과사망률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호흡기 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낮지만, 앓고 있던 기저질환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기저질환이나 암 치료 등을 위해 의료기관에 입원한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 등을 보면 오미크론의 초과사망률이 델타 대비 15분의 1 이하로 낮다. 오미크론 자체로 인한 사망은 훨씬 적다”면서도 “의료기관 내 감염, 병상 부족으로 제때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숨지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과사망률이 더 늘지 않도록 진료를 확대하고 먹는 치료제 처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먹는 치료제의 경우 도입된 물량 16만3000명분 가운데 25%가량인 4만111명분만 처방돼 정부가 먹는 치료제 사용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 교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등에서 진찰하고 즉석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이 확인되면 복약 상담 등을 거쳐 바로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체계가 필요하다”며 “팍스로비드 처방으로 중증 악화 위험을 89%나 줄일 수 있는데 현재와 같은 처방으로는 초과사망 증가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대학병원 등에서도 팍스로비드를 투약하기까지 너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해 사실상 처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적시에 바로 투약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며 “확진자 누구나 가까운 병·의원에서 수액 맞고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체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