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는 ‘人災’…무단 구조변경·불량 콘크리트가 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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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4일 14시 10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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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7명이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현장 건물 붕괴 사고는 시공부터 현장·관리 감독까지 제대로 이뤄지 않은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령이 정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내릴 계획이다.

국토부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4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 11일 사고 발생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사조위가 밝힌 사고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붕괴가 시작된 39층 바닥의 시공 방법이 설계도와 달랐다. 기존에는 재래식 거푸집을 활용한 일반 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판 형태의 구조물) 방식이었다. 하지만 구조기술사나 감리단 검토없이 임의로 ‘데크플레이트’ 거푸집을 활용한 데크 슬래브 방식으로 바꿨다. 데크 플레이트는 바닥이 넓으면 동바리(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붕괴가 일어난 39층 바닥과 38층 천정 사이에는 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만 설치됐다.

두 번째, 상부층 하중을 버티기 위해 하부층에 설치돼 있어야 할 동바리도 조기에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고층 건물 옥상부를 시공할 때는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하부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36~39층 사이에는 동바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공법을 변경하면서 설치한 가벽이 오히려 하중을 증가시키고 하중 전달 경로도 변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콘크리트 품질 문제도 지적됐다. 사조위가 붕괴가 발생한 17개 층의 콘크리트를 채취해 강도를 시험해본 결과 설계 기준 강도 대비 60% 내외에 불과했다. 현장에 콘크리트를 반입할 때는 강도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 강도 시험 결과와 사고 뒤 현장에서 체취한 콘크리트의 강도 시험 결과가 큰 차이가 났다. 사조위 측은 “원재료가 불량이거나 현장에서 콘크리트에 물을 더 섞는 등의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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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관리도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리단과 시공사는 설계변경, 동바리 설치,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았다. 콘크리트 품질확인을 위한 시험평가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사고 조사위는 제도이행 강화, 감리 제도 개선, 자재·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제도 개선 등의 재발 방지방안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재발방지 대책과 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내놓을 계획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법인 등록 말소가 가능하다. 공중의 위험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최대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이 사건이 중하고 재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며 “광주 학동 철거현장 사고도 고려해 제재 수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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