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절단된 70대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헤매던 중 한 의사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손가락을 지켰다.
15일 충남도에 따르면 아산에 거주하는 A 씨(72)는 지난 2일 오전 9시 59분경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제면기에 왼손 약지가 끼이는 사고를 당해 손가락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즉시 A 씨는 아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수지(手指) 절단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이 없었기에 봉합 수술은 받을 수 없었다.
이에 A 씨는 병원 소개로 천안의 한 전문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수술 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이 병원에서도 A 씨는 수술대에 오를 수 없었다. 당시 병원 측은 “기존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결국 A 씨는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로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A 씨와 가족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A 씨 가족은 이튿날 오후 3시경 아산시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다급한 상황을 토로했다.
아산보건소는 A 씨의 상황을 충남도에 전달했고, 도는 전국 20여 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의 요청에 화답하는 병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충남도 성만제 보건정책과장은 오후 6시경 평소 알고 지내던 박보연 충남도의사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다.
박 회장은 즉시 도내 병원을 대상으로 수소문에 들어갔다. 그 결과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 원장이 A 씨의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알려왔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김 원장은 A 씨를 음압캐리어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해올 것을 요청했다. 아산보건소에는 음압캐리어가 없어 천안 동남보건소가 캐리어를 싣고 아산까지 달려갔다. 아산보건소는 나은필병원 의료진에 긴급히 방호복을 전달했다.
김 원장은 A 씨가 음압캐리어 안에 있는 상태에서 다친 손만 밖으로 꺼내 집도하는 기지를 발휘해 감염을 최소화했다. 오후 9시경 병원에 도착한 A 씨는 3시간가량 수술을 받은 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천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 씨는 코로나19 치료도 모두 끝나 지난 10일 다시 나은필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고 있다.
김 원장은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충남도와 아산보건소, 도의사회, 의료진 등이 한마음으로 대응해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도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 민관이 합심해 도민을 지켜내는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며 김 원장을 비롯한 나은필병원 의료진과 박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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