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마지막 고비’를 지나고 있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겪은 해외 사례를 보면 유행 정점이 지난 후에도 한 달가량은 정점의 50~60%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역을 완화하자 다시 확진자가 늘어난 나라도 적지 않다. 정점을 지나도 상당 기간 의료 대응 체계에 과부하가 이어질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의 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월 첫째 주(2~8일) 12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같은 달 셋째 주(16~22일)에 정점의 절반 수준인 64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가 정체돼 2월 첫째 주(6~12일)에도 52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정점이 지난 후에도 한 달 정도 상당한 규모의 유행이 이어진 것. 일본도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선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점의 절반 수준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 방역당국은 이달 16~22일 하루 평균 37만2000명의 신규 확진을 정점으로 유행이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영국 등에서 나타난 유행 곡선이 국내에서 재연된다면 4월 말까지도 하루 10만 명 후반대의 확진자 규모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인구 대비로 미국과 영국 등의 유행 정점보다도 큰 규모다.
방역을 섣불리 완화하면 유행 정점이 예측보다 길어지거나 확진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독일의 경우 주간 확진자 수가 2월 첫째 주 133만 명에서 3주 후 11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방역 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달 첫째 주(6~12일)엔 137만 명으로 다시 증가해 기존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와 호주도 최근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약 30% 더 강한 ‘BA.2형’(스텔스 오미크론)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유행이 더 길게 이어질 우려가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개월마다 새 변이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오미크론 이후에 또 다른 유행이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외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하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다. 의료 체계 부담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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