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母 살해’ 이석준, 첫 재판…“보복살인 혐의 부인”

신변 보호를 받고 있는 피해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이 첫 재판에서 보복살인 등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채)는 17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강간상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이용촬영·반포 등), 감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석준(26)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석준 측 변호인은 이석준에게 적용된 혐의들 가운데 강간상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보복살인에 대한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상해와 폭행 사이 인과 관계가 없어 강간 상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경우 해당 법을 알고 출입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 “보복의 대상이 불확실하고 경찰 출동 이후 우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석준 본인이)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꼈던 대상은 어머니가 아니었다”라며 “피해 여성을 만나 사과 받고 싶어했다”는 취지로 부연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석준은 지난해 12월5일 피해 여성 A씨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를 말리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 협박하고 심지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석준은 A씨를 폭행하면서 “내가 사람 몇 명이나 묻어 봤는지 아냐, 너 하나 묻는 게 어려울 것 같냐”며 지인에게 전화해 피해자가 이석준의 말을 따르도록 협박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피해자가 당시 머무르던 곳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하고 A씨를 차량에 태워 천안시에서 대구까지 300㎞ 넘게 끌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12월6일 경찰에 신고하자 이석준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당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예비에 그쳤다.

이후 이석준은 A씨 등에게 보복할 마음을 먹고 같은 달 9일 흥신소를 통해 50만원으로 A씨 주소지 등을 알아냈다고 한다.

검찰은 “이석준이 같은 날 가족을 보복 살해할 목적으로 개인 주소지를 알아낸 뒤에 렌트카에 전기충격기 등을 구입해 싣고 피해자 주거지 이르러 택배기사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자인 A씨 모친에게 문을 열게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석준은 지난해 12월10일 오후 2시30분께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A씨의 거주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빌라에 찾아가 A씨의 모친과 당시 13세 남동생에게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휘둘러 모친이 사망했다.

이 같은 공소사실을 밝힌 검찰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하면서 이석준이 “도구를 준비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택배기사를 사칭해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석준의 2차 공판은 오는 4월18일 열린다. 이날 A씨, 이석준, 본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등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