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규모 확진 ‘최악 상황’…잇단 방역 완화속 60만명대 감염
정부 ‘정점 예측 실패후 상향’ 반복…“피해 대비는커녕 방역 해이 불러”
사망자도 폭증, 92%가 코로나-폐렴…“2~4주후엔 하루 1000명 이를 수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확산 시작 2년여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세계적으로 미국 외에 유례가 없는 ‘하루 60만 명대 감염’에 직면했다. 사망자가 늘어 화장과 장례 절차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사실상 방역을 포기하면서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이 의료계는 물론이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온다.
○ 정부, 유행 과소평가 후 “마지막 고비” 반복
1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62만1328명. 주민등록인구 5163만8809명 가운데 1.2%가 단 하루 만에 확진됐다. 전 인구의 1% 이상이 하루 만에 코로나19에 걸리는 건 그동안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 몇몇 국가에서만 벌어진 일이다.
대규모 확진 사태가 벌어진 건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번번이 ‘오미크론 변이’를 과소평가하면서 잘못된 메시지를 낸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월 25일 “(하루 확진) 3만 명 정도를 정점으로 보고 있다”며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총리는 지난달 25일엔 유행 정점을 ‘25만 명 내외’로 추정하면서 “마지막 고비”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연이어 방역 완화에 나섰다. 이달 1일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전면 중단하고, 확진자 동거 가족의 격리 의무도 없앴다. 5일엔 오후 10시였던 식당 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했다.
이런 조치는 결국 사태를 악화시켰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행의 정점을 예측하는 목적은 피해를 줄이는 건데, 오히려 정부가 매번 ‘버틸 만하다’는 주장에 활용하면서 감염 수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현재 한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무정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각국에 섣불리 방역을 해제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WHO는 “오미크론 변이는 현재까지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중 가장 전파력이 높은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사망자마저 악화일로
최근 더욱 우려되는 것은 2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하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점이다. 정부는 16일 코로나19의 ‘1급 감염병’ 해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지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7일 “중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면서 일상 회복을 하는 과정이라 (방역 완화와 주의 당부) 양쪽 메시지가 동시에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현장 이야기로는 사망자 절반이 코로나19가 아닌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날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429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이들 중 절대 다수인 395명(92.1%)이 코로나19 또는 폐렴으로 숨졌다. 기저질환이 악화해 숨진 사례는 23명(5.4%)뿐이었다.
의료계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되고 있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코로나19로 확진됐다가 격리가 해제된 이후 사망하는 경우는 의료인이 임상적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사망자로 신고할지를 결정하는데, 여기서 신고되지 않은 이들 중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숨진 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 해제 후에 숨져 코로나19 사망 집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사망자’를 빼고도 2∼4주 후에는 하루 사망자가 1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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