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사과문 “문건 작성 직원 업무에서 배제 ”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인 가운데, 장애인 단체는 18일 공사 측을 규탄하며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은 뒤 “얼마 전 한성대 역에서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바퀴가 끼는 바람에 이렇게 내팽개쳐진 적 있다”며 “간격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다쳐 이를 고쳐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직원 한 명을 희생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그 또한 피해자”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장애인 이동권을 책임지고 보장해달라”고 강조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장애인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폭력을 양산하고 혐오를 양산한다”며 “공공기관이 갈라치기를 하고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정부가 약자들, 힘없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한 것을 무력화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문건을 만들고 언론 대응을 해왔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 약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공개돼며 논란이 일었다.
서울교통공사 언론팀 직원이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장애인 단체를 공사가 맞서 싸워야 할 상대로 규정하고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또 공사가 장애인 단체에 비해 여론전에 불리한 ‘실질적 약자’라며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 언론과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사 측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한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며 “직원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지라도 그 내용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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