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꽃게어장 다 죽는다”… 해상풍력 어민 반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3시 00분


옹진군 해역 일대서 15개 업체 추진… 4곳은 ‘사업 필수’ 풍황계측기 설치
어민들 반대, 찬성 주민과 갈등도… 인천시-산업부, 중재 나서기로

지난달 16일 인천 중구 인천수협연안공판장 앞에서 어민들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반대하며 ‘어업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6일 인천 중구 인천수협연안공판장 앞에서 어민들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반대하며 ‘어업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해상풍력 발전기가 서해 특정 해역에 들어서는 건 어업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계수단을 끊어놓는 거예요.”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서 3대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기수 씨(61)는 덕적도 인근에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 걱정을 토로했다. 최근 인천 덕적도와 굴업도 인근 해역 등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어민들의 반발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우후죽순’ 사업 추진에 어민 반발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모두 15개 업체가 인천 해역에서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인천 해역 25곳에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받았다. 풍황계측기 설치는 해상풍력 발전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1년간 바람 세기 등을 측정하는 절차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 기업인 덴마크 외르스테드 등 4개 사업자는 이미 풍황계측기 설치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르스테드는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발전 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이 4개 사업자가 추진하는 해상풍력 발전 규모는 약 3600MW로, 1년간 314만76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18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어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해상풍력 발전기가 해역 곳곳에 설치되면 어장 훼손으로 조업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옹진군 덕적도 인근 해역은 서해안의 대표적인 꽃게 어장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전국에서 잇따라 추진되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반발하며 지난달 인천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어업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까지 열었다.

어민 반발이 거세지자 옹진군은 앞으로 민간사업자의 무분별한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막겠다며 최근 5개 사업자가 낸 풍황계측기 설치 신청을 모두 불허했는데, 기존 허가를 내줬던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현근 인천해상풍력시민대책위 정책위원장은 “서해 특정 해역에서 풍력 발전을 하는 건 쉽게 말해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격”이라며 “해상풍력 때문에 생존권이 걸린 어민들과 지원을 원하는 주민들 간 갈등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갈등 중재 나선다

상황이 이렇게 번지자 인천시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올해 중점갈등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갈등 조정에 나섰다. 우선 이달 말까지 옹진군 덕적도와 자월도 등을 직접 찾아가 해상풍력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과 어민들의 우려와 요구를 수렴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4개 권역에서 ‘워킹그룹’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일방적인 설명과 설득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사업자와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통 창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꽃게어장#해상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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