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집무실 이전’ 충돌]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
사학자-도시공학자-건축가가 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용산시대, 새 서울 모멘텀… 광화문 일대, 역사 도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옮기겠다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선 경복궁 창건 이후 600여 년, 고려 남경(南京) 행궁(行宮) 시절부터 치면 1000년 가까이 지속된 ‘광화문 권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사학자인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초빙교수, 도시공학자인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 건축가인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 3명에게 용산 집무실 이전의 타당성과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물었다.》
‘도시공학자’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의 남북 잇는 용산 선택 긍정적”
“용산은 그동안 서울 한가운데에서 동서남북을 차단하며 교통망 연결 및 통합 발전을 저해해 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용산 시대’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2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만난 이희정 도시공학과 교수(58)는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내 도시설계 및 도시정비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이 교수는 “미군기지 부지가 서울의 동서와 남북을 가르고, 경부선 철도가 다시 동서를 차단하면서 용산은 하나의 거대한 벽과 같았다. 시민 대부분이 접근할 수 없는, 한마디로 ‘잊혀진 땅’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미군기지 부지 반환이 가속화되면 시민들의 새 휴식공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지체됐던 개발도 탄력을 받아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선인이 내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용산 집무실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현재 청와대는 시민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용산 집무실의 경우 주변 공원화와 맞물리며 대통령과 시민 사이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집무실과 가까운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면 자연스럽게 접점이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백악관 모델이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통 정체나 시민 불편을 야기한 집회·시위의 양상도 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백악관 앞에선 매일 집회가 열리는데 평화적 방식으로 충분히 의사를 표시한다”며 “집무실 앞 공원 설치를 통해 시민과 집무실이 가까워지고 접촉면이 넓어지면 한국에서도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집회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집무실 이전이 중장기적으로 경복궁, 광화문 일대 구도심과 용산을 모두 살리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역사 및 문화가 깃든 구도심과 새 개발지인 신도심을 분리하고 구도심을 보행자 중심의 ‘역사 도심’으로 바꾸는 것이 도시 개발의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존 구도심을 역사적 문화적 명소로 활성화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집무실 이전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집무실 이전 비용과 용산 일대 교통체증 심화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려를 해소하고 주민을 설득할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현재 추산되는 이전 비용을 뛰어넘는, 용산 개발과 개방이 가져올 실익과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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