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서울대에서 인문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평가했는데 3분의 1이 낙제점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문해력 저하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사례다.
대학생들의 글에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친구들과 주고받았을 법한 표현이 등장한다. 또 요지를 파악하기 힘든 길고 장황한 문장,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조차 무시한 글, 어울리지 않는 덩어리 표현, 주어-서술어가 맞지 않는 문장, 문단이 없는 형식 파괴 글, 과도한 피·사동 사용, 어법에 안 맞는 문장 등 다양한 오류가 들어있다. 특히 개선이 시급한 것은 길고 복잡한 문장 사용이다. 심한 경우 한 문장이 400자를 넘기도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디지털 모바일 환경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이런 MZ세대는 인쇄물이 아닌 훨씬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대량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해 왔다.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영상 매체나 SNS는 대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특히 유튜브는 특정 정보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가공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갇힌 사고, 수동적 사고에 길들게 되기 쉽다. 영상 매체를 가까이하고 책을 멀리하면 어휘력이 부족해진다. 글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의 원인은 바로 빈약한 어휘력에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들의 글에는 맥락에 맞는 적절한 어휘가 들어있다. 풍부한 어휘력은 독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는 학생들이 많다. 대학 평가의 큰 축은 리포트와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둘 다 쓰기를 바탕으로 한다. 대학의 평가는 중고교 시험과 전혀 다르다. 몇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기술해야 하는 서술형 시험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대학생들이 학업을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능력으로 ‘쓰기’를 꼽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글쓰기는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에서도 기본이 된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는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등에서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무슨 일에도 글쓰기가 강조되는 이유는 글쓰기야말로 필수적인 표현과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할까?
독서가 ‘인풋(input)’이라면 쓰기는 ‘아웃풋(output)’이다. 잘 쓰려면 일단 잘 쓴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많이 읽을 자신이 없다면 좋은 문장을 자주 접하려고 애써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모델로 삼고 싶은 문형이나 문체를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닮고 싶은 문형이나 문장은 실제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작품이 생기면 그 작가가 쓴 글을 모두 찾아 읽는 것도 책과 빨리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글을 구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칼럼을 자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칼럼은 길이는 짧지만 삼단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게 글 쓰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글 쓸 계획을 세웠다면 가능한 빨리 초고 작성을 끝내고 퇴고에 정성을 쏟는 것이 좋다. 맞춤법이나 문법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초고를 가능한 한 빨리 완성한 후, 글에 살을 붙이고 문장을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초고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계속 고치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초고를 그대로 제출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해서는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초고를 수차례 고친다고 하지 않는가.
끝으로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일기도 좋고 블로그나 SNS에 끄적이는 짧은 감상도 좋다. 꾸준히 자꾸 쓰다 보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세련되어질 것이다. 이것이 점점 쌓이면 에세이, 비평, 칼럼 등 다양한 장르로 써보고 싶은 욕심도 생길지 모른다. 세상에 연습을 이기는 것이 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