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는치료제 급한 불 껐지만…부족 우려는 계속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3일 15시 33분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르면 2주 안에 재고가 전부 소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이 일단 추가물량 4만4000명분 도입을 발표했지만, 확진자 발생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2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총 16만3000명분으로, 이 중 남아 있는 팍스로비드는 6만1000명분이다.

팍스로비드는 올해 1월14일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사용량이 늘고 있다. 전날까지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누적 10만2000여명이다. 3월 셋째 주에만 하루 평균 5600명에게 처방됐다.

문제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팍스로비드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9만881명 늘어 5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17일(62만1205명) 확진자 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일일 확진자 수는 62만1205명→40만6896명→38만1421명→33만4665명→20만9145명→35만3968명→49만881명으로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39만9740명이다.

최근 일주일간 처방 속도가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팍스로비드 물량은 이르면 2주 내에 소진될 수 있는 데다 확진자 발생 대비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재영 방대본 위기소통팀장도 전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팍스로비드 공급 현황과 관련해 “이런 추세를 보면 지난주 환자 발생 대비 (앞으로)2주 정도 사용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확진자 폭증세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치료제 물량 부족을 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날 방대본은 오는 24일 팍스로비드 추가물량 4만4000명분을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당국이 팍스로비드 물량 조기 도입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화이사자의 팍스로비드 물량을 조금 더 조기에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선계약한 팍스로비드 도입량은 100만4000명분이다.

정 청장은 또 “추가적인 물량 확보에 대해 지금 계속 화이자사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 부분은 확정되면 도입 일정과 물량에 대해 다시 상세하게 안내하겠다”고 했다.

일단 추가물량 도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추가물량 4만4000명분을 포함한 국내 도입 물량은 20만7000명분으로 계약 물량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데다 국가 간 물량 확보 경쟁 등을 고려하면 나머지 물량 도입 시기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성규 방대본 위기소통팀 사무관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향후 팍스로비드 추기도입 일정과 물량을 묻는 질문에 “추가도입 물량은 제약사 계약상 비공개 사항”이라며 “구체적 일정이 나오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 머크앤컴퍼니(MSD)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10만명분 도입을 서두른 것도 팍스로비드 공급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 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최근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먹는 치료제 처방 수요도 크게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를 금주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팍스로비드 재고량을 감안하면 라게브리오 도입은 필요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러나 입원·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30%대로 팍스로비드보다 낮고, 국내외에서 암이나 기형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성도 우려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오후 라게브리오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먹는 치료제 대응 시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 YTN에 출연해 “지금 팍스로비드가 너무 없다”며 “화이자와 구매한 물량을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로열티를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약을 빨리 가져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팍스로비드 확보 방안과 관련해 “제약사에 요청해서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내고 국내에서 복제약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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