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리 역량 넘어선 확산세… 사망자 폭증에도 ‘각자도생’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16시 42분


20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2.3.20/뉴스1
20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2.3.20/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부의 관리 역량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각자도생 방역’이 본격화되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품귀현상이 극심해지는 와중에 정부는 뾰족한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계속 줄어든 ‘전화 모니터링’ 대상자
정부는 25일부터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등에게 하루 2차례 이뤄지던 전화 모니터링을 중단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로 확진된 뒤 곧바로 진료와 처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동네 병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을 받으면 보건소 등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 것보다 결과가 더 빨리 나와 비대면 진료와 약 처방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 24시간상담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 치료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2022.2.23/뉴스1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 24시간상담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 치료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2022.2.23/뉴스1
하지만 현장에선 정부의 재택치료자 관리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23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총 182만7031명으로 1일(79만2494명)의 2.3배로 증가했다. 이중 전화 모니터링을 하는 ‘집중관리군’이 1일 11만4048명에서 23일 27만1851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집중관리군 대상을 계속 줄이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확진자가 전화 모니터링 대상이었지만 지난달 10일부터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로 대상자가 줄었다. 이달 16일부턴 50대 기저질환자가 제외됐다.

정부는 전문가용 RAT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은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중에서도 본인이 원하면 전화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보건소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운 지금 시기에 그런 방침이 잘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자칫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개학 3주 만에 학생 확진자 100만 명
방역당국은 당초 이달 16~22일을 ‘정점’으로 전망했지만 정점 구간은 더 높고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9만881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후 두번째로 많았다. 신규 확진자는 주말 동안 줄어든 검사량이 회복되는 수요일부터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1주 전인 16일(40만666명)과 2주 전인 9일(34만2430명)보다 더 많다. 방역 당국은 이번주 수요일부터 감소세가 나타난다면 지난주를 정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감소세가 두드러지지 않다.

특히 전면 등교에 학생 누적 확진자도 개학 3주만에 100만에 달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개학 이후 21일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은 105만9819명에 달했다.

사망자도 폭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화장장 운영 횟수를 늘리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1주일(17~23일) 동안 총 사망자는 2380명으로 직전 주(1612명)의 약 1.5배에 달했다.

● “40년 약사 인생에 이렇게 약 부족한 건 처음”
23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종합감기약이 다 팔린 후 텅 빈 선반을 가리키고 있다. 2022.3.23/뉴스1
23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종합감기약이 다 팔린 후 텅 빈 선반을 가리키고 있다. 2022.3.23/뉴스1

확산세가 커지면서 일선 약국에선 해열진통제와 기침약, 가래약 등의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씨(39)는 “특정 약이 부족하면 성분이 비슷한 다른 회사 약으로 대체를 하면 되는데 거의 모든 회사의 약이 없다보니 그마저도 어렵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주로 복용하는 시럽형 해열진통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4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약사들도 이렇게 약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말한다”며 “정부에서 제약업계에 공급 확대 요청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해열진통제와 기침약 등을 생산하는 업체에 대한 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등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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