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여전히 필요하다.”(박범계 법무부 장관)
“장관이 총장을 통해 사실상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검찰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대검찰청 관계자)
동아일보 DB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공약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그러자 인수위는 “법무부 장관이 당선인 주요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대검 입장은 그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24일 업무보고를 각각 받기로 했다. 역대 인수위에선 법무부가 대검찰청 업무까지 한꺼번에 보고했는데 ‘법무부 따로, 대검찰청 따로’ 업무보고를 하는 이례적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
○ 수사지휘권, 직접 수사 확대 등 놓고 충돌
박범계 법무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3.15/뉴스1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일종의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아직 수사지휘권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검찰이야 ‘수사 잘할 테니 지휘하지 말라’고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어떻게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검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수사지휘권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를 지휘·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다. 역대 4차례 행사됐는데, 현 정부에서만 3차례 행사돼 검찰 내부에선 수사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대검 의견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재가를 거쳐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과 법무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해 온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은 공직자 범죄 등 6대 범죄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여기에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대통령령을 통해 공직자 범죄 중에서도 ‘4급 이상 공무원의 부패범죄’ 등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대검은 “대통령령으로 수사 범위를 제한한 결과 사건의 신속한 실체 규명이나 효율적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장관은 23일 “수사를 많이 하는 것만이 검찰을 위해 좋은 길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검찰의 독립적 예산편성권을 보장하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서도 대검은 찬성하는 반면 박 장관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법무부-대검 따로 업무보고
당초 법무·검찰 업무보고는 전례대로 24일 함께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따라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업무보고에 함께 참석할 것으로 보고, 예 부장이 직접 검찰 의견을 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 박 장관이 직접 반대 목소리를 내자 인수위는 23일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취합, 정리해 보고하게 되면 대검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며 업무보고를 따로 받겠다고 했다. 법무부가 24일 오전 9시 반부터 한 시간, 이후 대검이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한편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업무보고 대신 다음 주에 인수위와 간담회를 갖고 입장을 전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공수처의 우월적, 독점적 지위 규정을 없애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항을 없앤다면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같은 사건을 중복 수사하는 일이 벌어져 인권이 침해되고 수사 효율이 떨어질 것이란 논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