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전국 벚꽃명소 인파 몰려
3년째 취소한 진해군항제, 예년과 달리 벚꽃길 통제 않고 ‘방문자제’ 현수막도 안걸어
축제취소 지자체 “지역경기 고려 관광객 통제않고 방역에 집중”
축제 진행땐 대부분 ‘비대면 방식’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매년 국내 최대 벚꽃축제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이곳엔 꽃망울을 터뜨린 벚나무를 보러 온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직 벚꽃이 만개하진 않았지만 ‘로망스다리’ 등 명소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부산에서 가족 나들이를 왔다는 김기석 씨(67)는 “부산에도 벚꽃이 피지만 진해가 가장 웅장하고 화려해 매년 찾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경북 구미에서 왔다는 30대 부부는 “다음 주면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왔다”고 했다.
○ “축제는 없지만 꽃구경은 가능”
26, 27일 주말을 맞아 전국 벚꽃 명소는 인파로 붐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벚꽃 축제를 취소한 지방자치단체가 많지만 예전처럼 방문 자체를 막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꽃구경을 즐기려는 발길이 이어진 것.
창원시 역시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예정했던 군항제를 취소했지만 벚꽃길 출입은 통제하지 않기로 했다. 창원시 측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축제를 준비했지만 고민 끝에 꽃길만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는 진입로를 봉쇄했고, 지난해는 출입구를 단일화하고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닫았다. 올해는 편의시설을 제한하긴 했지만 출입구를 늘렸고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도 거의 걸지 않았다. 다만 곳곳에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문을 든 사람들을 배치했고, 방역복을 입은 요원들이 소독을 했다.
군항제 3년 연속 취소에 대한 창원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주민 이영자 씨(85·씨)는 “확진자가 아직 많이 나오고 있고, 나이 든 사람이 많은 동네여서 조심해야 한다. 잘 취소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한 카페 업주는 “오늘처럼 날씨 좋은 휴일이면 손님이 엄청날 텐데 축제가 취소돼 아쉽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매년 군항제 방문객은 400만 명에 달했다.
○ “축제는 하되 비대면으로”
축제를 취소한 지자체 대부분은 지역 자영업자 등을 고려해 관광객을 통제하지 않는 대신 인력을 다수 배치해 방역에 집중할 방침이다. 매년 4월 초 열리던 충주호 벚꽃축제를 3년 연속 취소한 충북 충주시는 벚꽃길에 인력을 배치해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방역 홍보 활동을 펴기로 했다.
제주시도 전농로 왕벚꽃축제와 장전리 벚꽃축제를 안 열기로 했지만 상춘객을 물리적으로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벚꽃길에서 방역과 거리 두기 홍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축제를 강행하는 지자체는 대부분 비대면 방식을 택했다. 경북 경주시는 25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벚꽃축제를 열고 있다. 벚꽃 명당을 발견해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리면 상품을 주는 식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축제를 안 열면 벚꽃 명소 이미지가 잊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했다. 매년 봄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26.6km)을 자랑하며 대청호에서 축제를 열어 온 대전 동구도 비대면 축제를 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여전한 만큼 꽃구경을 가더라도 기본적 방역수칙은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잠깐 스친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며 “야외에 나갈 때 손소독제를 지참하고 자주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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