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된 28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휘발유가 2590원, 경유가 2490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오는 4월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하는 유류세 인하폭을 20%에서 법정 최대 한도인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에다 원·달러 환율까지 대폭 뛰면서 기름값이 크게 오른 데 따른 조치로 유류세율을 10%포인트 추가 인하하면 휘발유는 현재보다 L당 82원, 경유는 L당 58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21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2022.3.28/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화물차·전세버스 기사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휘발유 가격을 경유가 역전하며 ‘일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말도 나온다.
2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가격은 L(리터)당 1919.84원이었다. 올해 1월 평균 1435.5원 대비 33.7%(484.34원) 오른 수준이다. 경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대를 넘은 건 지난 2008년 7월(1932원)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휘발윳값은 22.4%(365.72원) 상승했다. 경유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 상승률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중 경유를 리터당 최저 1789원으로 파는 곳도 있었지만, 최고 2840원에 파는 주유소도 있다. 특히 일부 주유소는 휘발윳값을 경유가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렴한 경유’는 옛말이 되며 화물차, 전세버스 기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치솟은 경윳값에 ‘일을 해도 수입이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전세버스 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춘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운행할 경우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기름값은 약 2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30만~35만원 선으로 1.5배 이상 올랐다.
기사들은 춘천-서울 왕복 운행비로 약 50만원을 받는데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 등을 빼면 사실상 수입은 전무하다고 토로한다.
대구-서울, 광주-서울 등의 노선도 비슷했다. 지난달 평균 들어가던 경윳값은 약 120만원이었지만 이번달엔 140만~15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는 전세버스 기사들도 걱정은 매한가지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낮 시간을 이용해 잠깐 다른 일거리를 찾기도 하지만, 요즘엔 치솟은 기름값에 ‘차라리 운행 안 하는 게 돈을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대전에서 양주를 왕복 운행하는 화물차 기사 김모씨(60·남)는 “한달 경윳값이 지난달만 하더라도 약 180만~200만원 정도 들어갔으나, 이번달엔 350만원 넘게 나왔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이조차도 더 오를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덧붙였다.
운전자들은 기름값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화물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호화 조합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쓴 편지에서 “밤낮없이 일해 손에 쥐는 게 300만~400만원이고 요즘 같은 상황에 운임은 변동이 없다”며 “손써볼 틈도 없이 (유류비로) 100만~150만원이 더 빠져나가면 4인 가족이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허이재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 요소수, 기름값 폭등 등 악재가 계속해서 겹치고 있어 일을 하는게 오히려 손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관계부처가 유가보조금을 적극 검토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은 전세버스를 동원한 상경 시위도 준비 중이다. 허 위원장은 “국회와 통의동 집무실 앞 버스를 동원한 규탄 대회를 조만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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