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46)는 최근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같은 반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임교사에게 “우리 아이가 걱정되니 해당 학생 등교를 막아줄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
교사는 “담임이 등교 여부를 정할 수 없다”며 “정부 지침 상 해당 학생은 등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기자에게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늘고 있다는데 가족이 확진되면 최소 2, 3일 간은 경과를 지켜보고 등교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교육부가 14일부터 동거인의 코로나19 확진 시에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의 등교를 허용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매일 급식 같이 먹는데…”
교육부는 동거인 확진 시 학생 본인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또는 병·의원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등교할 수 있게 했다. 가족 확진 기준으로 6~7일차에 신속항원검사를 한 차례 더 받으라고 권고하지만 받지 않아도 계속 등교할 수 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초등생 학부모 최진숙 씨(40)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꽤 되는 걸로 안다”면서 “매일 한 교실에서 급식을 같이 먹는데, 우리 아이도 감염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19일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잠복기일 수 있는데 등교하도록 하는 건 성급하다. 부모가 알아서 학교에 안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가족 확진 학생의 등교를 막을 수 없느냐’는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부모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5~21일) 동안 신규 확진된 유초중고생은 전국에서 약 38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돌봄 부담이 큰 경우 ‘등교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초등생 자녀를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 후 등교시켰다”며 “주변에 전파시킬 수 있다는 걱정은 있지만 몸이 아픈 상황에서 아이까지 데리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썼다.
“학원비 냈는데 왜 못 오게 하나”
학원도 비슷한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영어학원 강사 최모 씨(27)는 “최근 가족이 확진된 학생이 같은 반에 있다는 걸 왜 알리지 않았냐며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로 등원을 중지시켰다가 항의를 받기도 한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등원을 중지시켰더니 ‘학교도 가는데 학원비까지 받아놓고 왜 못 나오게 하느냐’는 항의가 이어져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학교와 달리 학원은 정부 지침이 따로 없어 대처방안도 제각각이다. 동아일보가 27일 수도권 학원 22곳에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등원 여부를 물었더니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등원 가능이 6곳 △3, 4일간 등원 제한 및 온라인 수강 권장이 13곳 △일주일 이상 등원이 불가능이 3곳이었다.
전문가들은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등교를 막을 수 없다면 관리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의 30~40%가 가족 간 감염”이라며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를 최소 2일에 1번 정도는 하면서 등교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능하다면 적어도 일주일가량은 급식 공간을 분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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