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9월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 등 공공기관 8곳을 28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고발 3년 2개월 만에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흘 만에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28일 오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 4곳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백운규 전 장관 등을 고발하며 ‘기관장 사퇴 강요’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곳들이다.
산업부 관계자에게 중도 사퇴를 요구당했다는 전직 공공기관장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발전 자회사 전직 사장 A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산업부 B 국장이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며 “내고 싶지 않았지만 (안 내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사표를 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발전사 사장 4명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만 봐도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2019년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사실을 진술했다고 한다.
A 씨의 증언은 다른 발전 자회사 전직 사장 C 씨가 털어놓은 내용과 유사하다. C 씨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초 B 국장으로부터 ‘사표 요청이 오면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수사가 뒤늦게 본격화된 걸 두고 검찰 내부에선 지휘라인이 정권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동부지검장 등이 애써 (수사를) 외면했다”면서 “실무진 역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재판에 주력하느라 여력과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권 교체 후 검찰의 연이은 압수수색에 대해 “참 빠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이 3년 가까이 가만히 있다가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먼저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친정권 검사를 배치해 수사를 막아 놓고 이제 와 왜 수사를 안 했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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