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항 여수]두 도시 잇는 해상교량 5월 개통
가막만 따라 해상도로 8km 연결… 여수밤바다의 새로운 풍광 기대
서쪽 바닷길 15km도 연결 예정… 노을공원-생태탐방로 등 조성
“2026년 섬박람회 개최 준비 중”
남녘 항구 전남 여수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나비모양의 여수반도에는 봄의 전령사인 붉은 동백꽃이 만개했다. 동백꽃이 피고 지는 숲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물의 고을 여수는 해안선이 1005.82km로, 삼면이 바다인 반도다. 2029년까지 해상교량 17개, 해저터널 1개가 놓이면 절반은 육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는 낭만 가득한 여수 밤바다 매력을 한껏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아름다운 바다와 산을 지닌 여수가 한국을 대표적 미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밤바다 낭만 더하는 이십리 해안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시전동 망마산 산책로에서 탁 트인 가막만이 한눈에 들어왔다. 망마산에는 봄을 재촉하는 산수유 등이 화사하게 피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바다에서는 해상교량 공사가 한창이었다.
해상교량은 진입도로 604m를 포함해 총길이가 1154m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검과 가막만을 순항하는 요트를 형상화했다. 교량은 주민 2만5567명이 사는 신도시 웅천동과 주민 1만1214명이 거주하는 소호동을 잇는다. 두 동네에 여수 전체 인구의 13%가 살고 있다. 망마산을 산책하던 소호동 주민 고모 씨(74)는 “5월 말 해상교량이 임시 개통되면 교통정체가 해소돼 도심 통행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웅천∼소호 간 해상교량 출발점인 소호방파제를 지나 바다를 건너면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와 예술의 섬 장도를 만날 수 있다. 예울마루와 장도는 GS칼텍스가 지역사회 공헌사업의 하나로 1100억 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여수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남해안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장도를 지나면 청정 가막만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웅천친수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에는 인공해수욕장을 비롯해 소나무 숲, 산책로, 야영장이 갖춰져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공원에서 발걸음을 조금만 떼면 신도심인 웅천지구에 이른다. 웅천지구에는 각종 요트가 정박하는 ‘이순신마리나’가 있다. 해변을 따라 상가가 들어서 도심 바다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웅천지구에서 가막만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3km 해안도로를 거닐다 보면 히든베이 호텔이 보인다. 호텔에서부터 국동항까지는 수백 척의 어선, 낚싯 배가 닻을 내려 항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국동항 주변 신월동과 야도, 대경도를 잇는 연륙교도 건설된다. 1195억 원이 투입되는 연륙교는 접속도로 356m를 포함해 총길이 1.36km다. 연륙교 시작 지점과 경도 개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갈등이 해소되면 착공할 예정이다.
낭만이 가득한 여수 밤바다는 그동안 여수엑스포장, 오동도, 종포해양공원 등 동쪽 바다가 중심이었다. 그 중심이 이제 서쪽 바다로 이동하고 있다. 여수 서쪽 바다인 가막만을 따라 해상 교량 2개가 놓이면 해안도로 8km가 연결된다. 해상교량 2개는 여수 도심의 교통 체증 해소는 물론 여수 밤바다의 새로운 풍광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인기 여수시 건설교통국장은 “경도 연륙교는 돌산과 경도를 연결하는 제3돌산대교를 지을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섬과 바다 정취 가득한 백리섬섬길
여수 서쪽 바다에는 유인도 20여 개가 흩어져 있다. 백리섬섬길은 여수시 돌산읍에서 고흥군 영남면까지 큰 섬 9개를 잇는 39.1km의 ‘100리 바닷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해상 교량 7개가 완공됐고 2027년까지 나머지 4개가 지어질 예정이다.
여수와 고흥을 사이의 바닷길 20km를 잇는 해상교량 6개는 2020년 완공됐다. 서쪽 출발점은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에 자리한 1.3km 길이의 팔영대교. 순천만 좁은 해협을 가로지르는 팔영대교를 통과하면 여수시 화정면 적금도에 도착한다.
적금도에는 옛날 금광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지명도 쌓을 적(積), 쇠 금(金)자를 썼다. 일제강점기에 채광해 약간의 금맥이 발견됐다. 적금도 곳곳에는 채광 굴이 곳곳에 남아있다. 여수시는 내년까지 채광 굴을 정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2.6km의 적금둘레길도 조성하기로 했다. 신인휘 적금리 이장은 “다리가 놓이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며 “특히 조개 캐기 어촌체험이 인기”라고 말했다.
적금도를 지나 만나는 섬은 낭도다. 낭도는 섬 모양이 이리(낭·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낭도와 둔병도를 연결하는 낭도대교 주변은 섬으로 둘러싸여 고요한 호수 같다. 낭도대교를 지나면 둔병도가 나온다. 여기서 조발도로 가려면 둔병대교를 건너야 한다. 둔병대교 좌우에는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조발도 해오름 언덕에는 광장, 전망대, 포토 존이 조성돼 있다. 여수시는 조발도에 내년까지 스카이워크, 전망 쉼터를 만들 계획이다.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에서 제도∼개도∼월호도를 거쳐 남면 화태도까지 바닷길 15km는 2027년 연결된다. 해상교량 4개로 백야도에서 화태도까지 섬 4개를 이어주는 것이다. 앞서 백야도와 화양면을 연결하는 백야대교는 2005년, 화태도와 돌산읍을 잇는 화태대교는 2016년 각각 완공됐다.
여수시는 2026년까지 천혜의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백야도∼화태도 섬들을 해양관광 힐링 공간으로 가꾸기로 했다. 노을이 아름다운 백야도에는 노을공원과 해변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섬 끝자락에 있는 등대 주변을 공원으로 만든다. 백야도 다음에 위치한 제도는 바다풍경 쉼터와 경관농업지로 꾸미기로 했다.
개도는 다양한 전설을 간직한 섬이다. 개도 화산마을에는 특별한 전설을 가진 4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개도는 조선시대 국영 말 목장이 있었다. 주민들은 느티나무를 마부의 딸 복녀와 보살핌을 받던 말의 애정을 보여주는 교훈적 이야기가 서려 있어 ‘마녀목(馬女木)’으로 부른다.
개도에는 2025년까지 마녀목 테마공원, 생태탐방로인 사람길이 완공된다. 정용운 개도 화산마을 이장(69)은 “봉화산(338m)은 진달래가 아름답다. 사람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안 절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도의 또 다른 명물은 주조장에서 빚어지는 개도 막걸리다. 여수시는 화태도에는 전망쉼터 3곳을 만들고 100년 된 돌담에 포토존을 꾸밀 계획이다.
여수시는 2026년 세계섬박람회를 개최한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여수가 2012년 엑스포로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했다면 2026년 세계섬박람회 개최를 통해 섬과 해양의 가치를 알려주는 또 다른 도약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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