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삭발투쟁을 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4월20일까지 제대로 된 답변이 없으면 그 때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확실한 답변을 내놓으십시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삭발투쟁 결의식’을 열고 장애인 권리예산 마련 요구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답변을 촉구했다.
삭발투쟁의 첫 번째 결의자로 나선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삭발에 앞서 철제 사다리를 목과 어깨에 걸치고 쇠사슬을 묶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2001년 오이도역, 2002년 발산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촉구했던 장애인 활동가들이 지하철 철로에 사슬로 스스로를 묶고 투쟁했던 당시를 재현한 것이다.
이 회장은 “저희가 힘 있는 자들이 우리를 조롱하고 왜곡하라고 외친 게 아니다”며 “21년간 저희의 외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절규였다”고 울먹였다.
삭발을 마친 뒤에는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다면) 또 다시 시민들이 어마무시한 욕설을 퍼부을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운행돼 비장애인처럼 이동이 자유롭고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성인이 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처럼 살아가기 위해 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투쟁은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 등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권리예산을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승하차 시위의 후속이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29일까지 스물여섯차례 진행한 출근길 승하차 시위를 이날부터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까지 잠정 중단하고 매일 1명씩 삭발에 나서는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는 전날 시위 현장을 찾은 인수위원들이 예산안 검토를 약속하며 출근길 시민 불편을 이유로 시위 자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인수위는 기획재정부를 불러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답변을 듣고 4월20일까지 답변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2023년도 예산 반영을 윤석열 정부의 뜻으로 잡고 부처 간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장연 시위를 비판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개 사과’ 요구도 재차 쏟아졌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 대표가 (전장연이) 국민의 비난 여론 압박에 굴복했고 자신이 승리했다는 내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며 “다시 한번 정중하게 공개 사과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이 전략적으로 3·4호선 지하철 운행 지연을 의도했으며 순환선인 2호선 탑승을 피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공식 사과를 하지 않으면 2호선과 5호선, 모든 호선을 골고루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를 ‘불법’이라 비판한 장애인 단체와 정책적 협력관계 구축 의사를 밝힌 점을 놓고도 “장애인단체를 이간질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25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 시위가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전장연은 28일 인수위 측에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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