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비의료인이 문신시술을 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또다시 나왔다. 다만 6년 전보다 해당 법 조항이 문제라고 본 재판관은 4명까지 늘었다.
헌재는 31일 A씨 등이 의료법 27조 1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기각 및 각하 결정했다.
예술문신, 반영구 등 문신시술업에 종사하는 A씨 등은 2017년 의료법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1992년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만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A씨 등과 같이 비의료인 타투이스트들은 의료법 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5조 1호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의료법 27조 1항은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함께 선고될 수 있다.
A씨 등은 이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인에게만 문신시술을 허용해 의사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가 문신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한다는 취지다. 또 법률에서 정한 바에 의해서만 처벌받도록 한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실제로 연예인에게 문신시술을 해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명 타투이스트 김도윤(42)씨는 지난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원은 1992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문신시술 과정에서 감염, 화상, 피부염 등 증상이 발병할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헌재는 문신시술을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자격 및 요건에 관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은 헌법에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문신시술의 경우 신체나 보건위생상 위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입법자로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입법형성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헌재는 “선례의 내용은 그 자체로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며 기존 결정례를 유지했다.
또 앞서 헌재는 의료법 조항에서 명시한 ‘의료행위’가 여러 의미를 갖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다며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헌재는 “의료행위의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과거 판단을 지켰다.
헌재는 “문신시술은 통증 등이 수반되며 피부가 외부로부터 감염을 막아주는 방어기능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문신시술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의료인에 의해 시행돼야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현대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감염의 통제가 가능해져 질병의 전염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관련 법에) 상세하게 규정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문신시술을 보장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문신시술의 환경, 도구, 절차 등에 관한 규제를 통해 감염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며 “시술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교육만으로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고, 의사자격 취득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헌재는 지난 2007년부터 유지해온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가장 최근의 헌재 결정보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이 2명 더 늘었다. 헌재는 지난 2016년 의료법 조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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