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사람이 8000명을 넘어섰다. 한국 역사상 전쟁을 제외한 단일 질병이나 재난으로 인한 월간 사망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전국에서 3월 화장(火葬) 건수가 예년보다 1만5000건 넘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코로나19의 여파로 숨진 사람이 공식 집계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4일부터 ‘10인 모임’을 허용하는 등 추가 방역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 암보다 더 많은 목숨 앗아간 코로나19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월 누적 코로나19 사망자는 8172명으로 집계됐다. 종전 코로나19로 월간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건 지난해 12월(1939명)이었는데, 올 3월엔 그의 4.2배에 이르는 사람이 숨졌다.
통계청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특정 사망 원인으로 인해 8000명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1월 ‘암’으로 7290명이 숨졌던 게 기존 월간 최다 사망 기록이다. 최악의 기상재해로 꼽혔던 1994년 폭염(3384명 사망)이나 1936년 ‘태풍 3693호’(1232명 사망·실종) 등 자연재해로 분석 대상을 넓혀도 올 3월 코로나19 사망자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8172명’도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일부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확진 전에 숨지거나, 병상 부족 탓에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비코로나 환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30일 전국에서 총 3만8190건의 화장이 이뤄졌다. 2019~2021년 평균(2만3074건)보다 1만5116건이나 많다. 코로나19 확진 사망자를 제외해도 예년보다 7000명 정도가 더 많이 숨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장례 절차를 둘러싼 혼란은 극에 달했다. 오동나무관과 국화 등 장례용품은 곳곳에서 품귀를 빚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은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시신을 냉장고 밖에 방치했다가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1135개 장례시설을 대상으로 시신 안치실 내부 온도(4도 이하) 등 장례시설 운영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 최다 중환자에도 거리 두기 완화 검토
31일 국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32만743명. 한 주 전인 지난달 24일(39만5532명)보다는 7만 명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30만 명 넘는 하루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도 전날보다 14명 늘어난 1315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추세선을 보면 (신규 확진자) 감소가 분명하지만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열고 이달 4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을 논의했다.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현행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도 오후 11시에서 밤 12시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은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정한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19 비상대응특별위원회는 이날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22만2000명분을 4월 초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들어오는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총 120만4000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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