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4월 4일 충남 당진시 대호지와 천의장터에서 굽이친 독립만세운동은 여타의 만세운동과 양상이 아주 달랐다. 만세운동을 탄압하거나 저지해야 할 입장에 있던 면장 등 관료들이 오히려 민중과 손을 잡고 만세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국의 독립운동사에서 민관이 힘을 합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 대호지·천의장터 만세운동이 103주년을 앞두고 장편소설로 탄생했다. 언론인 출신 이광희 소설가(63·사진)의 ‘대호지 아리랑’(오늘의 문학)이다.
소설은 만세운동의 뭉클한 순간을 이렇게 그려낸다. ‘엉덩이가 딱 벌어진 말 위에 면장이 꼿꼿하게 앉아 한 손을 흔들며 길을 열었다. 앞서가는 모습이 늠름했다. 그의 손의 움직임 하나 몸동작 하나가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장대한 만세시위의 행렬이었다. 천의장터까지 이십 리를 오는 동안 행렬은 9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 작가는 “같은 조선 사람이면서도 서로 적대시했던 일제 치하의 민과 관이 민족의 염원 앞에서 하나 되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1997년 등단해 장편소설 ‘붉은 새’ ‘청동물고기’ ‘소산등’, 소설집 ‘시계소년’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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