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에서 1일 훈련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훈련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4명이 순직했다. 올 1월 F-5E 전투기 1대가 기체 이상으로 경기 화성시의 한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석 달여 만에 다시 군 비행기가 추락했다.
공군과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2분경 공중비행 훈련을 위해 공군 제 3훈련비행단 소속 KT-1 훈련기 2대가 사천기지를 이륙했다. 약 4분 뒤 비행기지에서 남쪽으로 6km 가량 떨어진 사천시 정동면 상공에서 충돌했다. 훈련기는 2인승으로 학생조종사(중위)와 비행교수(군무원)가 타고 있었고 사고 직후 낙하산으로 비상탈출을 했다.
● 조종사 4명 사망…아수라장된 마을
이날 오후 정동면 고읍리 사천읍교회 인근에는 군인과 경찰이 통제선을 구축하고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었다. 교회 뒷산에 흩어져 있던 훈련기 파편을 찾기 위해 군 장병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군에 따르면 훈련기 한 대는 사천읍교회 인근 야산에, 다른 한 대는 인근 들판에 추락했다. 사고 직후 3명은 발견됐지만 1명은 수색 3시간 후인 오후 4시 22분경 인근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김종포 씨(61·경남 진주시)는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산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낙하산을 멘 사람 2명이 교회 근처 논에 떨어져 있었다. 가 보니 농로 쪽에 있는 한 명은 아예 형체를 알기 힘들만큼 처참한 모습이었고 다른 한 명은 형체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애견카페를 하는 A 씨(65)는 “귀를 찢을 것 같은 큰 굉음이 들려 깜짝 놀랐다”며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조종사들은 모두 살았겠구나’라고 안도했는데 숨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폭발로 훈련기 파편 중 일부가 사천읍교회 지붕에 떨어져 불이 붙었지만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인근에 주택도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고 주차된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주민들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
● 국내 기술로 개발…초중등 조종사 훈련에 사용
군과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2대 등 소방장비 28대와 인력 133명, 수색견까지 동원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공군은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순직한 네 분의 명복을 빈다.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이날 훈련기는 한 대가 먼저 이륙하고 곧바로 나머지 한 대가 뛰따랐다. 나중에 떠오른 훈련기는 계기비행 방식으로 비행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기비행은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지형지물을 확인하지 않고 비행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방식이다.
추락한 KT-1 훈련기는 2003년 11월에도 비행교육 훈련 중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당시 공군은 “조종사의 엔진 전자제어장치 스위치 조작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KT-1 훈련기는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된 첫 기본 훈련기다.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KAI(한국우주항공산업)가 생산하고 있다. 1991년 첫 비행 후 2000년 8월부터 실전 배치됐고 현재 80여 대가 운영중이다. 초중등 조종사를 훈련하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다.
폭 10.60m, 길이 10.26m, 높이 3.67m, 중량은 1910㎏정도다. 속도는 최대 시속 574km까지 낼 수 있고 한번 주유로 1688㎞까지 갈 수 있다. 2003년 이후 인도네시아에 12대를 수출했고 2007년에는 터키와 40대 수출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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