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A 국장이 산하기관장들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호텔에 차례로 불러 사표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1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네 곳에서 제출받은 전직 기관장 업무추진비 명세에 따르면 발전자회사 전직 사장 B 씨의 업무추진비 명세에는 2017년 9월 6일 해당 호텔에서 차를 마신 기록이 남아 있다. B 씨는 이날 이 호텔에서 ‘차대’ 명목으로 총 3만2727원을 사용했다.
이 호텔은 다른 발전자회사 전직 사장 2명이 ‘사퇴 종용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한 전직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6일 오후 2시 해당 호텔에서 A 국장이 ‘사표를 내줬으면 좋겠다. 권고사직으로 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다른 전직 사장도 “9월 초 해당 호텔에서 A 국장에게 ‘요청이 가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표를 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찻값은 저희 측에서 계산한 걸로 아는데 업무추진비 카드인진 모르겠다”고 했다. B 씨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다른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A 국장을 만나 사퇴 종용을 받은 뒤 찻값을 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앞서 발전자회사 전직 사장들은 2017년 9월 11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 갈 것”이라는 발언을 한 뒤 일제히 사표를 냈고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동부지검은 2019년 전직 기관장들을 불러 조사한 지 3년 만인 지난달 25일부터 산업부 기획 관련 부서와 산하 8개 공공기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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