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종용’ 받은 황무성 전 사장 “성남시장 지시라고 들어”[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⑫]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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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사건 1심 18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단)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사건 1심 18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단)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대형건설사를 컨소시엄에 넣으라고 계속 (얘기)했는데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빼라’고 했다. 이 시장과 반대 의견을 내니 제가 걸리적거리잖나.”

사퇴 압박을 받고 사표를 제출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1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시장님 지시로 다 이야기 됐다’며 사직서 내라고 세 번 찾아와서 서명했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황 전 사장이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황 전 사장은 이번 사건에서 사퇴 종용 의혹의 피해자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포함해 대장동 사업을 자신들 계획대로 이끌기 위해 유 전 본부장을 시켜 황 전 사장을 사퇴시키려 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그의 측근들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황 전 사장이 유 전 본부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에는 ‘성남시장’이 7번,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이 8번, 유 전 직무대리가 12번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고 검찰은 올 2월 이 상임고문과 유 전 직무대리, 정 전 실장 등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황무성 “난 바지사장… 유동규가 실세”
황 전 사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유 전 직무대리 등 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검찰이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2월 6일 ‘오늘 사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하자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그날 3번이나 찾아왔고 오후 10시경 사직서에 서명을 해줬다.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 지시로 유 전 직무대리와도 이야기가 됐으니 사직서를 내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지난해 12월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황 전 사장은 “엄청난 권한을 시청 쪽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줬기 때문에 실세였고 의사결정을 다 했다. 사장인 내가 반려해도 유 전 직무대리가 하는대로 흘러갔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바지사장”이라고도 했습니다.

사퇴를 요구받은 이유에 대해 황 전 사장은 “대형건설사를 대장동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전 지사는 반대했다. 내가 시끄럽게 나갈까봐 지휘부가 전전긍긍한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삼성 현대 등 대형건설사로 했다면 리스크가 줄고 수익의 20%만 준다고 해도 했을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실제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인 ‘성남의 뜰’에는 대형건설사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사직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를 묻자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인쇄한 사직서를 가져왔고 거기에 (내가) 서명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검찰이 “언제부터 사직을 요구받았나”라고 묻자 황 전 사장은 “2014년 3¤4월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2014년 12월 말부터 유 전 본부장이 (사장의 사표를 받아오라고) 닦달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 전 사장은 또 “2015년 1월 26일 투자심의위원회, 같은 달 27일 이사회, 2월 4일 시의회 보고 등 세 번 모두 공사가 50%의 수익을 보장받는 조항이 있었다”며 “100만 성남시민과의 약속이었는데 어떻게 공모지침서의 내용을 제 마음대로 바꾸느냐”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황 전 사장이 사직서에 서명하고 일주일 뒤인 2015년 2월 13일 공고된 공모지침서에는 공사의 이익이 사업 수익의 50%를 받는다는 조항이 삭제되고 지분에 따른 배당이 아닌 확정 이익을 받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검찰은 올 2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유 전 직무대리, 정 전 실장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황 전 사장은 재판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들이 다 그만두라고 한건데 녹취록말고 뭐가 더 필요하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곽상도 “하나은행 관계자 중 내가 개입했단 진술한 적 없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앞서 31일엔 같은 재판부 심리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수감 중)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습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25억여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의원은 별개 재판으로 진행 중입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관계자 진술이 오염되고 모순된 사실관계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며 “(검찰이) 추측만으로 영장의 범죄사실을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증거기록을 살펴보면 하나은행 관계자 누구도 피고인이 개입했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며 “구속되자 이 부분이 (공소사실에서)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검찰 구속영장에는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간부에게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적혔지만, 실제 수사기록 상에는 관련 진술이 없고 정작 기소 단계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는 뜻입니다.

곽 전 의원은 또 자신에게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건넸다는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남 변호사가 검찰의 제안에 따라 선처를 기대하고 거짓 진술했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증거기록을 검토해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김만배 씨가 스스로 허언이라고 자인하는 발언과 그 허언을 들었다는 몇몇 진술이 전부”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와 함께 곽 전 의원은 1일 ‘재판에 임하는 소감’이라는 글에서도 “증거기록을 살펴보면 1차 영장청구 때까지 조사한 하나은행 관계자 누구도, 2차 영장청구 때까지 조사한 하나은행 관계자 누구도 피고인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한 사람이 없었다”며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 부분도 통째로 사라지고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이번 수사는 증거 없이 추측만으로 구속영장 범죄사실이 조작되거나, 피고인의 행위로 인정할 근거도 없으면서 공소사실로 등장하는 등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곳곳에서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이 이미 드러났다”며 “피고인으로서도 충분하고 원활한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 재판부에서 이 점을 살펴봐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대장동 재판은 4일 증인신문이 이어지며 곽 전 의원과 관련된 재판은 13일 첫 공판이 진행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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