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과 한강공원 등 서울 주요 명소들은 모처럼 화창한 주말을 맞아 봄 정취를 느끼려는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본격적인 봄나들이 기간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일상회복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일 노란 개나리가 만개한 서울숲은 차량 수십 대가 몰려 건널목까지 가로막을 정도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에선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었고, 나뭇잎과 풀잎은 햇볕을 받으며 녹음이 푸르렀다.
시민들은 한껏 여유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얇은 외투만 걸친 채 화사한 색상의 스카프와 원피스 같은 산뜻한 옷차림으로 멋을 낸 상춘객들은 활짝 핀 꽃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벌써 반바지 차림을 한 남성도 있었고 외투를 벗어 한 손에 걸친 채 산책하는 이들도 많았다.
꽃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던 대학생 신용욱씨(26)는 “날씨가 너무 좋아 친구와 데이트하러 나왔다”며 “이번 주 내내, 특히 어제 날씨가 좋아서 이제 진짜 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등산을 한 후 꽃 구경을 하고 있다는 60대 선모씨는 “산에도, 서울숲에도 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봄 정취가 물씬 난다”며 “얼른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날이 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선씨는 “곧 거리두기가 끝난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리겠다”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공원 곳곳에는 어린 자녀가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중년 부부, 음료를 마시며 벤치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텐트를 치고 누워있는 시민 등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주말마다 다른 가족들과 모임을 한다는 한정연씨(40)는 “아이들은 모여서 스케이트, 킥보드를 타고 부모들은 커피도 마시고 꽃구경도 한다”며 “꽃도 피고 날씨가 좋으니 코로나19가 끝난 기분”이라고 전했다. 한씨는 “야외에선 가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조금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성수 카페거리에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연인과 산책을 나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거리 곳곳을 누비는 이들도 많았다. 골목 앞 벚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보였다. 한 사진관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몰려있었다.
같은 시각, 여의도 한강공원에도 봄을 즐기려는 이들로 가득찼다. 인근 여의나루역 역사부터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긴줄이 형성돼 있었다. 얇은 트렌치코트나 가디건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밝은 색상의 옷차림도 눈에 띄었다.
꽃샘추위로 개화 시기가 늦어졌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고 맑은 날씨를 즐겼다. 어린 아들과 공놀이를 하며 즐기는 아빠부터 함께 자전거를 타려고 준비 중인 가족, 돗자리를 펴고 치킨 등을 먹는 대가족, 반팔 운동복 차림으로 단체로 조깅을 하는 청년들까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에 바짝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손녀와 함께 나들이를 왔다는 설정옥씨(72·여)는 “초등학생 손녀들이 집에 올 때마다 같이 나오려고 하는데, 겨울에 집에만 있다가 봄기운이 드니 좋다”며 “손녀들도 최근에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나와서 더 즐거울 것”이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던 설씨의 손녀 A양(7)은 “언니, 할머니와 함께 나와서 좋다”고 했다.
한강 주변에서 친구와 앉아 수다를 떨던 이윤지씨(21·여)는 “친구와 같이 오랜만에 왔는데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인근 쇼핑몰에서 만난 이모씨(32)는 “날씨가 좋아서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여자친구와 소풍을 즐기려고 한다”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당장 돌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이번에 벚꽃길도 개방해준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생일을 맞아 친구 3명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았다는 서가은양(12)은 “특별한 날이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한강에서 닭꼬치도 먹고 놀려고 나왔다”고 웃었다. 서양은 “거리두기가 풀린다고 하는데 조금 무서우면서도 친구들이랑 친해질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여전히 상당하기에 거리두기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은 이르다는 반응도 있었다.
설씨는 “일상을 회복하는 것은 좋지만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데 식당이나 실내에 다 모이게 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며 “거리두기는 차차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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