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남아, 재택치료중 급성경련
119 출동하고도 40분간 병원 수소문…병원 겨우 찾았지만 이송 후 숨져
‘자택-이송중 사망’ 한달새 10배로
정부 ‘응급실 내 격리치료’ 원칙 고수…전문가 “격리실 부족, 골든타임 놓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한 살배기가 재택치료 중 상태가 나빠졌지만 응급실에 빈 격리 병상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숨졌다. 입원도 못 한 채 병원 밖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한 달 새 10배로 증가했다. 정부가 ‘일상 의료체계’로 전환한다면서 정작 위급한 환자가 몰리는 응급실에선 격리 치료 원칙을 고수해 ‘골든타임’이 허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 살배기 위급한데 ‘격리실 없다’ 수용 거부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생후 18개월 된 코로나19 환자 A 군은 지난달 31일 오후 1시경 경기 이천시 자택에서 재택치료를 하던 중 고열과 급성경련 증상을 보였다. 보건당국은 A 군의 보호자에게 대면 진료와 입원이 동시에 가능한 ‘소아특화 거점 전담 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A 군의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소아 전담 병원은 50km나 떨어진 곳이라 방문이 어려웠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9곳 중 소아 전담 병원을 갖춘 건 51곳뿐이다.
결국 오후 1시 42분경 119구급대가 A 군 자택에 도착했다. 정부 지침상 A 군처럼 분초를 다투는 코로나19 환자는 즉각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하지만 인근 병원들은 모두 응급실 내 격리 병상이 가득 차 있거나 소아 전문의가 없었다고 한다. 약 40분 후인 오후 2시 25분경에야 60km 떨어진 병원이 배정돼 이송이 시작됐지만 A 군은 도착 후 숨을 거뒀다.
이런 사례는 최근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2시경 서울에선 한 60대 코로나19 환자가 의식을 잃었지만 인근에서 빈 격리 병상을 찾지 못해 13시간 만인 오후 3시경에야 경기 수원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달 1일 경기 파주시에서 머리를 다친 한 코로나19 환자도 호흡기 증상 자체는 거의 없었지만 격리 병상이 없어 이송이 지연됐다.
○ ‘자택·구급차 등 사망’ 한 달 새 10배로
질병관리청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이 아닌 자택이나 이송 중 구급차 등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는 3월 20∼26일 142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2월 20∼26일(13명)에 비해 10.9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코로나19 사망자가 4.7배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병원 밖 사망자’의 증가세가 2배 이상 가팔랐다.
응급실 격리 병상 부족으로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도 지연되고 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올 들어 환자가 신고 후 타 병원을 거쳐 센터로 이송되기까지 평균 6시간 17분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3월 평균 4시간 39분 소요된 데 비해 1시간 이상 늦어졌다.
이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응급 환자에 대해 ‘격리 병상 치료’ 원칙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면 진료할 수 있게 했지만 응급 환자를 격리실에서 치료하도록 한 지침은 유지했다. 구조상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구분하기 어려워 추가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응급 환자를 일반 병상에서 진료하려면 의료기관이 스스로 추가 감염 대책을 짜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응급 환자를 격리함으로써 얻는 감염 예방 효과보다 골든타임을 놓쳐 발생하는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호흡기 증상은 감기보다 약한데 격리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죽어 가는 중증외상 환자가 많다”며 “응급실 내 코로나19 격리 치료 원칙을 즉각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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