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금지’ 업주도 손님도 불만…정책 일관성·실효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4일 21시 00분


매장 내 일회용컵이 다시 금지된 가운데 1일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점원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2022.4.1/뉴스1 © News1
매장 내 일회용컵이 다시 금지된 가운데 1일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점원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2022.4.1/뉴스1 © News1
서울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 씨(37)는 1일부터 다시 시행된 일회용컵 사용금지 제도가 달갑지 않다. 카페 안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는 일일이 매장 컵 이용을 안내하지만 “금방 나가겠다”며 일회용컵에 담아달라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테이크아웃 한다고 해놓고는 앉아서 안나가는 손님까지 통제할 도리가 없다”며 “일단 과태료 부과는 유예됐지만 애초부터 융통성이 없는 정책이라 언제 다시 시행될지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됐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제도가 이달부터 다시 시행됐지만, 제도 시행 직전 과태료 부과가 무기한 유예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2018년 8월 한차례 시행됐던 제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한시적으로 시행이 유예됐다가 이번에 재개됐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친환경 용기사용’ 원점복귀에 제동을 걸며 상황이 급변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제도 재개 나흘전인 지난달 28일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일회용 컵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환경부는 30일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하되 과태료 처분은 하지 않는 계도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제도는 시행하되 계도 기간이 명확하지 않은 ‘반쪽짜리 지침’이어서 현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와 인수위는 각각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라고만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침이 모호한데다 시행되어도 현장에서 일일이 챙길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구의 한 커피숍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회복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환경보호를 이유로 소상공인들부터 부담을 져야하는 상황이 힘들다”며 “어차피 단속도 없고 잠깐 앉았다 갈 거라는 손님들에게까지 가서 시시콜콜 말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개별 매장 별로, 지방자치단체 별로 제각각인 일회용컵 사용 기준에 소비자 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 사장은 “정부 방침을 지키려 해도 계도 기간이 아니냐고 따지는 손님들과의 실랑이로 힘들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단속 없는 반쪽 규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찍부터 자발적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매장들 사이 역(逆)차별 문제가 생긴다”고 반발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라는 불투명한 시기를 둘게 아니라 정확한 시행 지침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준비와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규제만 만들어놓고 계도기간에 대한 홍보나 어떤 대응책이 있는지 안내나 독려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영업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다면서도 다소 기계적으로 준비해 현장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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