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려면 위중증과 사망자 발생 추이, 요양병원·시설 고위험군 관리 등 세 가지 지표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눈에 잘 띄는 일일 확진자 규모보다는 치명률, 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방역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노인 등 고위험군 건강과 치명률 관리를 강조해왔는데, 거리두기 해제 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위중증 한달 상황 봐야…“사망자 규모 아직 우려스러워”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위중증 환자 (감소)가 정체 단계일 때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 (방역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망자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2주일 뒤 영향이 나타나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두기를 다 풀어버리면 제일 끝단에 있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최소한의 기준으로 위중증 환자는 감소세를 보여야 안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3월 22일~4월 4일)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위중증 환자는 1108명이며, 전날 1128명보다 20명 감소했다. 나흘째 감소세를 보였다. 28일째 네 자릿수를 유지 중인데, 4월 2일부터 사흘째 (1165→1128→1108) 1100명대로 조사됐다.
최근 2주간 위중증 환자 추이는 ‘1104→1084→1081→1085→1164→1216→1273→1215→1301→1315→1299→1165→1128→1108명’ 순으로 변화했다.
사망자는 218명이며, 누적 1만7453명이었다. 전날 306명보다 88명 감소했다. 엿새 만에 3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일주일 동안 2267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주간 일평균 324명이며, 누적 치명률은 7일째 0.12%를 유지했다.
최근 2주간 사망 추이는 ‘384→291→469→393→323→282→287→237→432→375→360→339→306→218명’ 순으로 나타났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3월 이후 사망자가 9000명에 육박하며,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로 숨지는 확진자 규모는 아직 걱정되는 수준이다. 사망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요양병원 또는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생겼을 때 신속하게 확진자를 격리 또는 이송하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신부와 투석환자 등 고위험군 확진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거리두기 완화엔 공감대 형성…“새 바이러스 출현 긴장해야”
방역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해제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전면 해제는 섣부르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백순영 교수는 “집회 등 특정 상황이 아닌 경우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낮다”며 “우리 국민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두려움도 남아있어 무분별하게 마스크를 벗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XE변이 등 새로운 변이는 당장 염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언제든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교수는 “유행 감소세가 확실한 만큼 단계적인 완화로 가야 할 시점”이라며 “오미크론을 중심으로 올해까지 유행이 이어지면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취급할 수 있다. 다만 또 다른 바이러스 출현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거리두기는 큰 의미는 없다”며 “높은 백신 접종률을 고려할 때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