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키트 자율가격 첫날… 약국, 값 안 내리고 6000원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약국-편의점, 지정 판매가 해제에도 “입고 가격 그대로… 조정 계획 없어”
소득 없는 학생 등 “가격부담” 호소…식약처 “앞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

“병원에서 하는 신속항원검사도 5000원인데, 자가검사키트 하나에 6000원이 말이 되나요?”

광주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 씨(25)는 자가검사키트 구입에 지난달에만 8만 원을 썼다. 아직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정 씨에겐 큰 부담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수십만 명씩 나오다 보니 자가검사를 자주 할 수밖에 없다. 정 씨는 “공급이 안정됐다고 하는데 언제쯤 가격이 떨어질지 모르겠다. 당분간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검사는 계속할 생각”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가격을 개당 6000원으로 지정한 조치가 5일 해제되면서 약국과 편의점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약국과 편의점 10곳을 취재한 결과 기대와 달리 판매점 모두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약사와 편의점 직원들은 “아직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격이 안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납품 가격 때문이다. 약국·편의점에 들어오는 가격이 낮아져야 판매 가격도 내리는데 아직 납품 가격은 종전 수준(3000원 내외)이다. 인건비와 마진도 고려해야 하는데 “손해를 보면서 팔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게 판매점의 하소연이다.

또 병원에서 회당 5000원을 내고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구매 수요도 줄었다. 찾는 사람이 적으니 가격 조정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남은 재고는 정부에 반품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손해 볼 일도 없다. 서울 마포구에서 약국을 하는 정모 씨(65)는 “다른 판매처에서 얼마에 파는지 좀 더 지켜본 후 필요하면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따로 시간을 내 병원을 찾기 어려운 직장인과 소득이 적은 고령층, 장애인, 학생 등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직장인 이호진 씨(31)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 달리 자가검사키트는 양성이 나와도 확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격이 더 비싼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판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올 2월 사재기를 막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제한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급이 안정된 만큼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앞으로 자가검사키트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라인 판매 규제 해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가검사키트#가격#온라인 판매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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