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금지 대상인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 포함된 것으로 확대 해석
시민단체 “100m 이내 시위금지…국민 소통위해 이전 명분과 안맞아”
법개정 없이 추진 땐 소송 잇따를 듯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현 국방부 신청사 인근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인근 시위를 금지하는데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란 비판이 예상된다.
○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
현행 집시법 11조(옥외 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공관 등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대통령 관저 범위에 집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62년 집시법 제정과 함께 이 조항이 생길 당시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숙소가 모두 한 건물에 있었다. 1층이 대통령 집무실, 2층이 숙소였다. 당시 ‘대통령 관저’는 집무실과 숙소를 모두 일컫는 단어였던 것이다. 경찰은 당시 입법 취지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숙소와 집무실이 다른 건물로 분리된 건 1991년 현재의 청와대 본관(집무실)이 신축된 이후부터다. 새로 지어진 대통령 숙소에 ‘대통령 관저’라는 명칭이 붙었다. 다만 관저와 숙소가 모두 청와대 경내에 있어 집시법상 해석의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다.
경찰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숙소인 공관뿐 아니라 근무지(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가 모두 집시법상 ‘100m 이내 집회 금지 장소’로 규정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사례와 판례 등을 고루 살피는 중인데 현 상황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라며 “다양한 해석과 의견을 듣고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 건물과 담장 두고 기점 고민 중
경찰과 대통령경호처는 이미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는 100m 이내 구역’의 기준을 건물부터로 할지, 현 국방부 부지 담장부터로 할 것인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신청사 건물부터 100m를 측정할 경우 금지 구역이 상당 부분 국방부 청사 영내와 겹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의 경우 외곽 울타리가 기점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를 ‘거주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집시법 개정 없이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를 금지할 경우 시민단체 등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집무실로부터 100m 이내 시위가 금지되면 국민과 소통한다는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명분과도 맞지 않는다”며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장소만 옮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나”고 했다.
굳이 관저 개념을 확대 해석하지 않아도 현재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건물처럼 경찰이 ‘대통령 경호 구역’으로 지정하면 반경 100m 내 집회 금지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적절히 의사 표시를 할 (집회 시위) 공간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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