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벚나무 놓고 원조 논쟁…국립수목원 부실연구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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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6일 12시 03분


여의도 봄꽃축제가 시작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에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2021.4.5/뉴스1 © News1
여의도 봄꽃축제가 시작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에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2021.4.5/뉴스1 © News1
꽃망울을 틔운 서울 여의도 일대 벚나무를 놓고 때아닌 원조 논쟁이 벌어졌다.

한편에서는 국립수목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일본산이라고 보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국립수목원이 연구 편의상 ‘일본 왕벚나무’를 만들어냈을 뿐이라며 제주도에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회장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 원장)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여의도 윤중로벚꽃길 일대 벚나무 636그루를 전수조사한 결과 94.3%(600그루)가 일본산인 소메이 요시노 벚나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우리나라 특산 벚나무류인 왕벚나무는 단 한 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본 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나 현충원 등에는 곤란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국립수목원이 지난 2019년 9월 국제 학계에 발표한 연구 결과인 ‘유전체로부터 확인한 야생 벚나무류의 잡종화를 통한 왕벚나무의 형성’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도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보전가치가 큰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한 것으로,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유전체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게 연구 결과의 주된 골자였다.

이와 관련해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소장(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 소장)은 이날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수목원의 허위 발표로 관련 단체들까지 이에 동조하기에 이르렀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국립수목원이 해당 연구에서 표본으로 삼은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5그루 중 4그루에 대해서는 ‘제주 왕벚나무’, 나머지 1그루에 대해서는 ‘일본 왕벚나무’라고 지칭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가 서울 여의도 윤중로벚꽃길 일대 벚나무 636그루를 전수조사한 결과 94.3%(600그루)가 일본산인 소메이 요시노 벚나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 제공) © 뉴스1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가 서울 여의도 윤중로벚꽃길 일대 벚나무 636그루를 전수조사한 결과 94.3%(600그루)가 일본산인 소메이 요시노 벚나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 제공) © 뉴스1
김 소장은 “국립수목원이 그동안 제주에서 발견된 왕벚나무 235그루 중 단 5그루(2.1%)만 표본으로 삼고, 현장 조사도 하지 않고 실체가 없는 정체불명의 나무인 ‘일본 왕벚나무’를 추상적으로 언급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제주 왕벚나무는 제주의 것이고 일본 왕벚나무는 일본의 것이라는 국립수목원의 주장은 한국 고유 식물인 왕벚나무의 생물주권을 포기한 것이자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국립수목원은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생식물에 대한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며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소장이 언급한 ‘일본 왕벚나무’로 분류된 1그루에 대해서는 “유전형이 일본 고이시카와식물원 공시목과 비슷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제주왕벚나무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해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보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 생물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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